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9일 한국은행 삼성본관을 찾아 ‘경제학계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은행 직원들을 만나 “현실 정책 문제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옐런 장관은 19일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한은 여성 직원 30명가량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경제학계 여성들’(Women in economics)이라는 주제로 20분간 진행됐다. 그는 “이 방이 중앙은행에서 일하는 여성들로 가득찬 것을 보니 기쁘다”며 말문을 열었다.
옐런은 먼저 조직 내 여성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재무장관 모두 ‘여성 최초’ 타이틀을 가져간 인물이다. 1971년 미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도 유일한 여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옐런은 “(연준에서 일할 당시) 여성 직원의 비중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학을 전공하는 여성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조직 내) 환경과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연준에서는 일단 여성 직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시도에 착수했다고 한다. 옐런은 “여성에게 더 도전적인 업무를 주고, 커리어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멘토십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가족과 일 사이에서 고민했던 개인적인 일화도 언급했다. 그는 백악관으로부터 연준 이사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의 경험은 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옐런의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고 한다. 옐런은 “백악관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하라고 하더라”며 “그 후 남편은 1년 중 절반이나 장거리 통근을 하며 희생했다”고 말했다. “내 커리어가 성공하길 바라고 (가사를) 분담할 의지가 있는 배우자를 만난 게 내가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고도 했다. 그의 남편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다.
그는 세상에 관심을 가지라고도 조언했다. 연구 주제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는지 묻는 한 직원의 질문에 옐런은 “난 언제나 실업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운을 뗐다. 대공황 여파가 남아있던 1946년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실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일하면서도 인플레이션보다는 실업을 다룰 일이 더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문제죠. 토픽은 언제나 변합니다.” 그는 “세상에 관심을 갖고 현실 정책 문제가 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자문을 하는 경제학자들은 당면한 과제를 연구할 때 제일 쓸모가 있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와 30분간 비공개 양자회담을 가졌다. 그는 이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은 많은 가치와 경제적 관계를 공유하고 있으며,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