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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마트휴업·최저임금 정책을 ‘인기투표’로 결정하겠다는 대통령실

등록 2022-07-27 12:52수정 2022-07-28 02:41

생존권 중대사안에도 불구하고
정부, 인기투표하듯 밀어붙여
제안내용 설명도 토론도 없어

한쪽선 ‘투표 독려’ 실력행사
다른쪽선 의무휴업 폐지반대
‘대통령실이 국민 편가르기’ 비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 앞에서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제공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 앞에서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제공

“사장님들 ‘최저임금 차등적용 국민제안’ 동의 부탁드립니다. 투표결과 상위 3건을 정책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최저임금만큼의 수익조차 가져갈 수 없는 자영업·소상공인을 위한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만 합니다.”

27일 자영업자들이 많이 모이는 포털 누리집 커뮤니티에는 이런 내용의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이 지난 21일부터 오는 31일 자정까지 ‘국민제안 톱10’ 정책 투표를 공식 누리집을 통해 진행한 뒤, 호응이 높은 3건을 선정해 정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자영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중대 사안을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정할 일이냐”며 대통령실이 나서 국민을 편 가르기 한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대통령실 누리집에 올라온 국민제안 톱10. 누리집 갈무리
대통령실 누리집에 올라온 국민제안 톱10. 누리집 갈무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 앞에서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제공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 앞에서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인천본부 제공

편의점·카페·식당 등 업종별 카페에도 비슷한 참여 독려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노동자만 보호하고, 자영업자는 국민이 아니냐” “이참에 주휴수당도 폐지하도록 해야 한다” 등의 댓글도 폭발적으로 달린다. 반면, 알바생들이 주로 모이는 카페에서는 ‘회원님들은 최저임금, 주휴수당 받고 일하느냐?’는 등의 글이 오르고, “여긴 대부분 시급 7천원에 주휴수당 미지급이다” “시급 6800원 준다. 이미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중” 등의 댓글이 달린다.

논란이 이는 국민제안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현재 대형마트는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하고, 매달 이틀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게 돼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최저임금 차등적용’ 투표 참여 독려글. 커뮤니티 갈무리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최저임금 차등적용’ 투표 참여 독려글. 커뮤니티 갈무리

이를 폐지하자는 제안이 국민제안 톱10에 오르자, 지난 21일 한국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성명을 내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이미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으로 결정됐다”며 “적법성이 인정됐음에도 새 정부가 국민투표를 통해 골목상권 보호막을 제거하고 대기업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26일에는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의무휴업일 시행은 우리 사회가 대기업의 이윤 추구만이 아니라 중소상인과 노동자가 함께 상생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마트 의무휴업이 이제 사회적 약속으로 자리잡아가는 이 시점에 주변 상권 보호와 노동자 휴식권을 외면하는 논의를 다시금 하자는 대기업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형마트들은 드러내놓고 여론전을 펴지는 않지만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말 고객이 평일에 견줘 3배 이상 많은데, 규제가 풀리면 매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마트 휴업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데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한다고 전통시장 매출이 느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논의를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중대사안을 ‘엉터리 국민제안 투표’ 형식으로 의견 수렴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제안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토론의 장에서 논쟁과 설득의 과정도 없어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참여연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대통령실이 선정한 10대 과제를 보면, 사실상 특정 업계와 재계의 민원성 사안이 많다”며 “무엇보다 ‘9900원 K교통카드 도입’과 ‘최저임금 차등’ ‘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어떻게 동일 선상에서 논의될 수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저임금이나 마트 의무휴업 등은 협의와 논의를 통해 제도화된 사인인데, 이런 식으로 인기 영합적 투표를 통해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합의·논의 구조를 부정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오는 28일 오전 ‘국민제안 정책 투표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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