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가동을 시작한 에쓰오일의 복합 석유화학 시설의 한 축인 잔사유 고도화시설 (RUC). 에쓰오일 제공
정유사들이 고유가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정유 판매가 고공행진에 소비자들은 허리가 휘었던 것과 달리, 정유사들은 전례없이 배를 불렸다.
에쓰오일은 2분기에 11조4424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72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70.5%, 영업이익은 201.6%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이다. 에쓰오일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판매 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증가했고, 이동제한 조치 완화 및 수요 정상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 등으로 국제 정제마진이 강세를 유지해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유 부문이 실적을 이끌었다. 정유 부문에서만 9조2521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445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1525억원)에 견줘 10배 가까이 늘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정유 수요가 늘며 우리나라 정유 판매가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정유 선물지수가 급등한 덕을 봤다. 정유사 이익의 기준으로 삼아지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지난해 2분기 배럴당 -2.3달러에서 올해 2분기에는 20.8달러로 급등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출고가에서 비용을 뺀 금액으로 4달러를 넘으면 이익이 난다고 본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지에스(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의 2분기 실적도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전망을 보면, 에스케이이노베이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3% 오른 1조6018억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29일, 지에스칼텍스는 8월 중순께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름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 세계 정제 설비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으로 이전 업황 주기보다는 상향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신규 정제 설비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상태로, 업계에서 인식하는 장기적인 신규 공급 증가의 위협은 현저하게 낮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