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점포들이 모여 있는 서울 시내 한 거리. 연합뉴스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고금리 대출 부담을 덜어준다며 내놓은 대환대출 방안에 대해 소상공인 쪽에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저신용도의 소상공인들로선 대개 빚에 쪼들려 개인신용 대출을 끌어다 쓰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책상물림의 생색내기 정책이란 비판이다. 자영업자 인터넷 카페에는 정부 정책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에서 식자재 마트를 운영한다는 ㄱ씨는 29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바꿔준다는 ‘소상공인 대환대출’ 자격조건을 따져보다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빚이 1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신용도 역시 추락한 그는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 개인신용 대출을 받았다. 중기부가 이날부터 신청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 대환대출은 사업자 대출을 대상으로 삼는다. ㄱ씨는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이 제2금융권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집을 저당 잡히거나 개인 신용한도를 풀(한도)로 끌어 대출을 받는데 현실성 없는 대책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옷가게를 운영한다는 ㄴ씨 역시 중기부 대환대출 때문에 홧병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신용점수가 800점 남짓인 그는 ‘저신용자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받았지만, 캐피털사 대출은 대상에 들지 않는다는 설명에 망연자실해 있다.
중기의 이번 대환대출은 저신용 소상공인(NCB 744점 이하)을 대상으로 별도 보증 없이 융자해주는 방식이다. 업체당 최대 3천만원까지 지원하며, 총 예산 규모는 2천억원으로 잡혀 있다.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신용도에 따라 5.5~7.0% 대출로 바꿔주게 돼 있다.
이번 방안에선 금리 조건 또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ㄴ씨는 “개인사업자의 경우, 일정 매출 규모 이상이 아니면 사업자 대출을 받는 것이 너무 어렵고, 더군다나 코로나 시국에 사업자대출 금리가 7%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10~20% 넘어가는 캐피털사나 대부업체 대출 등도 다 제외되는데, 대체 중기부의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소상공인이 몇%나 될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생색내기 정책에 더는 소상공인을 이용하지 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기부 쪽은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이해는 한다”면서도 “소상공인진흥기금을 재원으로 삼고 있는 이번 방안은 소상공업자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취지여서 당연히 사업자 대출을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개인, 가계 대출에 대한 경감 방안은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 마련해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7% 금리 조건에 대한 불만에 대해선 “금융 당국과 협의를 벌이고 현실을 반영해 마련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