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 박재욱 대표가 2020년 2월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러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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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철이 왔다. 렌터카 성수기다. 요즘 청년들은 다른 것 같다. 렌터카보다 ‘쏘카’(SOCAR)가 친숙한 세대다. 2022년 여름부터는 쏘카를 도로가 아닌 주식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8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쏘카는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업체다. 2011년 제주도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도 본사는 제주도에 있다. 현재 직원 수는 400명을 약간 넘는다.
쏘카는 ‘타다’(법인명 브이씨엔씨)의 모회사로도 유명하다. 타다는 카니발과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다 택시업계 반발로 2020년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영업을 중단했다. 타다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2021년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도 나왔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지분 83%를 보유한 에스오큐알아이(SOQRI)와 특수관계자가 쏘카 지분 40%를 갖고 있다. 사실상 이씨가 지배하는 회사다. 그는 타다 사태로 기소돼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쏘카는 자칭 카셰어링 업체지만 실제론 ‘초단기 렌터카 회사’다. 기존 렌터카 업체와 같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의 자동차 대여 회사로 분류된다. 국내에선 개인이 보유한 승용차를 다른 사람에게 돈 받고 빌려주거나 공유하면 안 된다. 미국의 우버, 동남아시아의 그랩 같은 카셰어링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존 렌터카 업체와 다른 점은 이용이 간편하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비대면으로 차를 대여할 수 있다. 이용 시간도 10분 단위로 짧다. 쏘카가 보유한 차량은 약 1만5천 대다. 10대 중 7대가량이 모닝·레이·K3·아반떼 등 소형·준중형 차량이다. 차를 빌리고 반납하는 쏘카 전용 주차장(쏘카존)은 전국에 4천 곳이 넘는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500여 곳이 서울과 수도권에 모여 있다.
쏘카의 수익 구조도 렌터카 회사와 다르지 않다. 차입금으로 구매한 새 차를 일반인에게 대여해 돈을 번다. 대여 시간이 짧은 만큼 시간당 대여료는 일반 렌터카보다 높다. 쏘카 카셰어링 서비스의 대여료와 주행 요금 등 시간당 평균 매출 단가는 4900원 정도다. 차 1대를 빌려주면 1시간에 4900원씩 매출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쏘카 누적 가입자 수는 780만 명을 넘어섰다. 카셰어링 서비스 가동률은 현재 38%다. 보유 차량이 하루 24시간 중 15시간은 주차장에 세워져 있고 9시간을 운행한다는 뜻이다.
쏘카가 상장을 앞두고 스스로 산정한 회사의 시가총액은 2조4천억원이다. 2022년 7월5일 종가 기준으로 지주회사 씨제이(CJ), 대우조선해양보다 높은 코스피 시총 110위권 수준이다. 주당 가격은 6만8천원꼴이다. 이 주가에 34~50% 할인을 적용한 주당 3만4천∼4만5천원에서 최종 공모주 가격을 정할 예정이다. 쏘카는 이번 상장으로 공모 신주 455만 주를 발행해 투자금 15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계획이다.
쏘카의 몸값 2조4천억원은 과연 적정한가. 이를 따져보려면 산정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 쏘카는 ‘비교 가치 평가법’을 사용했다. 일단 비슷한 사업을 하는 국내외 기업 10개를 선정했다. 이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매출액의 몇 배인지 계산해 그 평균 배수를 쏘카 매출액에 곱했다. 그렇게 나온 쏘카의 기업가치와 시가총액이 2조4천억원가량이다.
매출액에 견줘 적정 시가총액을 계산하는 건 주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많이 쓰는 방법이다. 당장 영업 흑자가 나진 않지만 성장 가능성과 비전에 무게를 두고 회사의 몸값을 매기는 셈이다. 쏘카는 신규 투자 유치로 일회성 이익이 생긴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수백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2년 1분기(1~3월)도 매출이 1년 전보다 30% 넘게 늘었지만 140억원 순손실을 냈다.
문제는 비교 대상으로 추린 기업들의 사업 구조가 쏘카와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 말레이시아 그랩 등은 순수 승차 공유 업체다. 회사가 직접 차를 보유하지 않고 운전자와 고객을 연결해 수수료를 받는다. 쏘카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회사인 한국 오비고, 자율주행 회사인 미국 오로라이노베이션 등도 비교군에 포함했다. 정작 롯데렌탈, 에스케이(SK)렌터카 등 렌터카 회사는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물론 회사 쪽도 이유가 있다. 쏘카가 지향하는 방향이 승차 공유, 소프트웨어 개발, 자율주행 기술 등 모빌리티(이동 수단) 플랫폼 사업 쪽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쏘카의 주력 사업과 수익 구조를 보면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 쏘카 매출액에서 렌터카 사업 매출(카셰어링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1%에서 2022년 1분기 97%로 급증했다. 자동차 대여업의 매출 쏠림이 심해진 셈이다.
불과 얼마 전까진 기업이 제시하는 미래상과 성장 속도만 보고도 대규모 투자금이 몰렸다. 코로나19와 초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듬뿍 풀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조달 비용이 오르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지며 투자자들도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회사가 가진 꿈과 성장 스토리만으론 의심 커진 투자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시기에 상장하는 쏘카가 운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오직 중요한 것은 기업 본연의 경쟁력과 수익 창출 능력이다. 많은 이용자와 회원 수를 보유한 플랫폼이라는 사실이 그 회사의 경쟁력과 수익 창출력을 보장하진 않는다.
쏘카의 상장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렌터카 이용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휴가철 성수기만이 아니라 비수기에도 도로 곳곳에서 쏘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보유 차량의 가동률을 높이고 올라간 가동률이 차츰 이익으로 연결되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도 몸값이 과연 적정한지 의심하지 않고 반색하며 달려들 것이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