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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역대급 미국 물가 대책…한국과 완전 다른 3가지

등록 2022-08-10 07:00수정 2022-08-10 08:59

① 정책 시행, 미국 10년-한국 1년
② ‘에너지안보’ 큰그림…한국은 단골 수단만
③ 감세 위주 한국과 달리 미국은 증세 초점
지난 6월10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쇼핑을 하고 있다. 맨해튼/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10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쇼핑을 하고 있다. 맨해튼/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일 미국 상원을 통과한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감축법(IRA)’과 한국의 물가 대책을 비교하면 내용과 방향성이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한 교수는 “미국은 그만큼 절박했던 것 같고 우리는 단기적 시각에서 매번 하던 대책으로 지금 상황만 모면하자는 식이라는 관성이 바뀌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① 10년 내다본 미국, 단기 대책 중심 한국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정책의 ‘시간’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올해부터 오는 2031년까지 10년간 시행하는 장기 정책이다. 법안의 지원 규모가 4400억달러(약 570조원)에 이르는 것도 10년 동안 정책 집행을 전제로 추산한 금액이다.

우리 환경은 다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지난 6월까지 2개월 사이 ‘민생·물가 안정’이라는 이름표 붙인 대책만 4번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대다수 정책이 한시적이거나 길어야 1년 정도 지속하는 반짝 대책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강구상 미주팀장은 “미국 인플레 감축법은 대부분의 예산을 차지하는 내용이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라는 점에서 장기 계획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② 미국은 ‘에너지 안보 강화’에 무게…한국은?

미국의 인플레 감축 법안의 핵심은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지원, 소비자 에너지·의료비 절감 등이다. 태양광·풍력 같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산업 주도권을 쥐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이 깔려있다.

물론 이 법안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 추진해온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을 일부만 수정하고 물가 대응이라는 정치적 명분을 끼워 넣은 것이라는 시각도 많은 게 사실이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법안은 단순 기후 대응이 아닌 포괄적 에너지 법안”이라며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재생 에너지뿐 아니라 수소·원전·석유·천연가스·에너지 저장 등 다양한 유형의 에너지원을 깨끗하게 생산하고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물가 대응 3종 세트’가 단골 수단이다.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 수입품 관세 인하, 부가가치세 감면 등은 역대 정부마다 내놓은 대책이다. 부가세의 경우 정부 내에서도 세금 감면의 가격 인하 효과를 의문시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가세를 내리면 몇 달 정도는 가격이 내렸다가 신제품 출시 등을 이유로 다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유통 과정에서 부가세 감면 효과를 흡수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선 원전 활성화 외에 눈에 띄는 중장기 에너지 안보 강화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③ 한국은 감세, 미국은 증세

재정 정책은 차이가 가장 뚜렷한 분야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 강화, 소비자 비용 절감이라는 정책 목적을 위해 감세와 증세를 함께 추진한다. 대기업 법인세 최저세율(15%) 도입, 국세청 징세 강화, 자사주 매입세(1%) 부과 등으로 걷어들이겠다는 세금이 10년간 4550억달러(약 590조원)에 이른다.

특히 각종 공제 혜택 등을 통해 미국 연방 법인세율(최고 21%)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내는 빅테크(초대형 기술 기업)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재정적자 3천억달러(약 390조원)을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면 한국은 전방위적 감세를 추진한다.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5년간 60조원 규모다.

미국 정부는 공공 의료보험(메디케어)의 약품 가격 개혁과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10년간 재정 지출 2880억달러(약 380조원)를 줄이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기존 예산 지출 구조조정으로 모자란 세수를 벌충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직접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한·미 양쪽 모두 크지 않거나 불투명한 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구상 팀장은 “미국 법안에 포함된 주요 내용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줄일 수 있는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국 역시 유류세·관세 인하 등으로 인한 물가 하락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추산된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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