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민·당·정 간담회 및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은행들을 거쳐 국외로 송금된 수상한 자금이 당초 예상한 7조원(53억7천만달러)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4조3900억원(33억7천만달러) 규모의 이상 해외 송금 거래를 파악한 뒤, 모든 은행에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 가상자산 관련 송금 등에 해당하는 2조6천억원(20억달러) 규모의 거래에 대한 자체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은행들은 이달 초까지 자체 점검 현황을 제출했는데, 의심 거래 액수가 늘면서 이상 해외 송금 거래로 밝혀진 액수가 우리·신한은행을 포함해 총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관련 브리핑에서 이상 해외 송금 거래와 관련해 점검 대상의 규모가 7조원이며 이 가운데는 정상적인 상거래에 따른 송금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어 이 액수를 모두 이상 해외 송금 거래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원래 점검 대상을 의심 거래로 신고했거나 점검 대상에서 빠졌던 부문에서 액수가 새로 추가되기도 하면서 이상 해외 송금 거래 규모가 총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금액의 상당액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을 거쳐 송금돼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거래와 연관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자금세탁과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의 의심 거래가 새롭게 보고됨에 따라 금감원은 조만간 신한·우리은행 이외에도 보고 액수가 큰 은행들을 중심으로 현장 검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현장 검사를 나가면 실제 적발되는 금액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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