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강릉 강원시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밭을 방문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내년 본예산 총지출 규모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올해 지출보다 줄인다. 정부 본예산이 전년도 전체 지출보다 줄어드는 건 13년만이다. 장·차관급 고위공무원들은 내년 보수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강원 강릉시의 고랭지 배추밭인 안반데기를 방문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추 부총리는 “내년 본예산이 올해 총지출 규모 679조원보다는 대폭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상당히 강도 높게 재정 허리띠를 졸라매 (내년도) 예산편성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 총지출은 본예산 607조7000억원에 두차례 추경을 더해 총 679조5000억원 정도다. 추 부총리의 말은 내년 본예산을 이보다 상당수준 줄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 본예산이 추경을 포함한 전년 총지출보다 줄어드는 건 이명박 정권 때인 지난 2010년 이후 13년만이다. 추 부총리는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부채의 증가 속도를 줄이는 차원에서 국고채 발행도 조금 줄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솔선수범’의 명목으로 장·차관급 고위 공무원들은 보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하니 고위직 장·차관급 이상은 내년 보수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되, 10% 반납하게 될 것”이라며 “하위 직급의 경우 현재 물가 수준이 많이 올라 있고 공무원의 사기 문제, 처우 개선 소요 등이 있어 이를 아울러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의 고물가 추세에 대해 추 부총리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6% 초반에 머무르다가 그다음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3% 올라, 6월(6.0%)에 이어 두달 연속 6%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물가상승률이 넓지 않은 고원 형태를 보일 것 같다. 6% 초반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서서히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폭염·집중호우 피해 등으로 물가가 7% 이상 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천지개벽하듯 대단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그렇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5자’(5%대 상승률)를 볼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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