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고공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소득 하위 20% 가구가 가처분소득의 70% 이상을 필수 생계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세금·보험료 등을 빼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은 94만원, 그중에서 식비·주거비·교통비 등 필수 생계비 지출액은 71만원이었다. 가처분소득에서 필수 생계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6%에 이른다.
항목별로는 집에서 소비하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지출이 25만원(26%), 식당 등에서 쓰는 식사비 지출이 14만원(15%)으로 조사됐다. 가처분소득의 약 40%를 식비로 지출했다는 의미다. 월세 등 주거·수도·광열 지출과 교통비 지출은 각각 22만원(24%), 10만원(11%)이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833만원) 중 필수 생계비 지출액(216만원) 비중은 26%에 그쳤다. 소득 하위 20% 가구의 생계비 지출 비중이 상위 20%의 3배에 이르는 셈이다.
소득 하위 20∼40% 가구는 가처분소득 대비 생계비 지출 비중이 45%, 40∼60% 가구는 39%, 상위 20∼40% 가구는 35%로 각각 집계됐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벌어들이는 돈에서 필수 생계비로 나가는 금액 비중이 큰 것이다.
소득 하위 20% 가구 가운데 가처분소득보다 소비 지출액이 더 많은 적자 가구 비중은 올해 2분기 약 54%로 지난해 2분기에 견줘 1.6%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적자 가구 비중은 여전히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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