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화상으로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허리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과 중국 정부의 경제 수장들이 2년 만에 화상에서 얼굴을 맞댔다. 양쪽은 공급망 문제를 다루는 국장급 협의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 등에 참여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견제하는 중국과의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중국의 경제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허리펑 주임(장관)과 화상으로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했다. 한국과 중국 경제 수장들이 2020년 10월 화상 회의 이후 1년 10개월 만에 한·중 수교 30주년(8월24일)을 계기로 다시 회동한 것이다. 한·중 경제장관회의는 원래 1년에 한 번 하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등으로 회의 일정을 조율하다가 열리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허 주임에게 “30년 한·중 간 성장과 발전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국제 환경 변화에 맞춰 코로나19 등으로 정체된 교류를 정상화하고, 현재 공동으로 직면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미래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2시간가량 진행한 이날 회의에선 한국과 중국의 실질적인 경제 협력, 공급망·신산업 협력, 제3국 공동 진출 협력, 서비스 산업 협력, 탄소 중립 정책 교류 등이 논의됐다.
특히 추 부총리와 허 주임은 한국과 중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강하고 공급망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주요 원자재를 수입하고, 다시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등 서로 의존도가 높다.
양쪽은 이날 ‘공급망 협력 강화’ 양해각서를 맺고 향후 공급망 불안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조율하기 위한 ‘공급망 협력 조정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이 공급망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한 건 처음이다. 국장급 기구인 협의체에는 기재부 쪽에선 대외경제국장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 배석한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원자재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현지 공장도 많은 만큼 공급망에 애로가 생기면 적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체계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27일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마치고 합의 의사록에 서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또 양쪽은 ‘경제 분야 실질 협력 강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정부·기업·싱크탱크 등이 참여하는 한·중 경제 협력 교류회를 올해부터 매년 공동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 주도로 여는 기존 한·중 비즈니스 포럼과 별개로 양쪽의 투자 협력, 기업 애로 해소 등을 위한 행사를 만들자고 중국 쪽이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양쪽은 ‘제3국 공동 진출 협력 중점 프로젝트’ 양해각서를 맺고, 한국가스공사와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모잠비크 해상 가스전 등 5개 사업을 계속 원활하게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다. 추 부총리와 허 주임은 탄소 중립 정책 교류 강화, 최근 재개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에서의 협력 등에도 생각을 같이 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회의가 최고위급 당국자 간 협력 채널인 통상장관회의, 과학기술공동위, 환경장관회의 등을 올해 하반기에 개최하기 위한 좋은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2030 부산엑스포(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선 ‘칩4’ 등 미국 관련 언급 없이 한·중 경제 협력 얘기만 나눴다”고 전했다. 양쪽은 이번 회의에서 맺은 양해각서 후속 조치를 이행하고, 내년 한·중 경제장관회의를 한국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