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야 시간대 택시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력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택시를 타는 이용자의 모습.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정부가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가 요구해온 스마트 호출 등 탄력호출 요금제를 활용해 ‘택시 대란’을 해소한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호출비를 부과해 심야시간대 택시 부족을 해소한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심야할증요금 인상과 겹쳐 교통비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심야 택시 부족 해소를 위해 플랫폼 앱의 호출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티(T) 등이 ‘카카오블루’ 등 가맹택시에 적용하는 최대 3000원의 호출비를 모든 플랫폼 택시에 적용하면서 금액을 올리는 것이다. 호출비는 미터기 요금이나 운행거리와 무관하게 호출 시간대나 택시 수급상황에 따라 일정한 금액으로 운임에 더해진다. 미터기 요금에 일정 비율을 할증하는 ‘배율방식’보다는 승객 부담이 덜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호출비의 상한선과 적용 시간대 등을 구체화해 이르면 다음달 종합대책 형태로 발표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택시 기본료 인상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호출비로 수수료 수익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 요금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 택시 인력이 배달이나 물류 쪽으로 유출되고 있다. 요금 다양화로 더 큰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면 기사 수급뿐 아니라 택시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조사 결과 서울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9년 말 3만500여명에서 2021년 상반기 2만2천여명으로 줄고 있다.
다만 이용자 호출을 택시 기사가 수락해야 배차가 이뤄지는 특성상 플랫폼 택시 탄력요금제가 사실상 요금 인상을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탄력요금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택시요금이 자율화돼 플랫폼 기업들만 수수료로 배를 채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택시난의 주요 원인인 택시 기사 수급 문제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다면 교통비만 오르고 택시난은 해소되지 않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탄력요금제로는 택시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도 카카오블루, 우티, 반반택시 등이 호출 요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심야시간대 택시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여기에 서울시에서 심야 할증요금을 5300원 안팎으로 인상하는 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호출비까지 부과되면 심야 기본료가 1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빌리티 업계에는 탄력요금제에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부안이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시행 한달여 만에 ‘8800원 택시’(기본료+호출비)라는 비판을 받고 폐지한 ‘스마트 호출’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호출은 택시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호출비용을 최대 5천원까지 적용하면서 ‘요금 인상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배차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택시에 적용하던 호출비를 카카오블루같은 가맹택시에만 최대 3천원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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