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클린룸.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국내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 3대 지표가 모두 뒷걸음질했다. 지난 4월 이후 석 달 만에 또다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의 생산·투자 둔화, 물가 상승에 따른 상품 소비 감소 때문이다. 반도체 등의 생산 축소에도 공장을 빠져나가는 출하물량이 더 크게 줄며 지난달 제조업 재고 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2년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산업생산지수는 한 달 전에 견줘 0.1% 내리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업종별로 음식점·숙박 등 서비스업 생산이 0.3% 늘었지만,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1.3% 줄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광공업 생산 감소는 디램·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와 반도체 조립 장비 등 관련 장비생산이 줄어든 탓이다. 빈현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글로벌 수요와 업황 부진 전망, 디램 메모리 가격 하락 등으로 반도체 쪽 생산이 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제조업 재고는 한 달 전보다 1.4%,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7.2% 늘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재고가 쌓인 영향이다. 재고 지수를 공장에서 내어보내는 출하지수로 나눈 제조업 재고/출하 비율(재고율)도 125.5%로 전달 대비 1.3%포인트 상승하며 2020년 5월(127.5%)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국내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한 달 전에 견줘 각각 0.3%, 3.2% 줄어들었다. 소매 판매는 앞서 올해 3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다섯 달 내리 내리막을 탄 건 해당 통계 작성 이후 최초다. 중국의 코로나봉쇄 여파로 면세점 화장품판매가 줄고,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도 주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화의 판매 동향을 집계하는 소매 판매와 달리, 음식점 등 서비스업 쪽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전체 소비가 둔화했다고 보긴 어렵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구매해 집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을 코로나19 이후 식당에서 사 먹는 쪽으로 소비 성향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한 달 전보다 0.5포인트 오르며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면 6∼9개월 뒤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달 0.3포인트 내리며 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지수 하락,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 차이 역전 등 경기 둔화 징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는 “광공업과 설비투자가 두 달 연속 늘다가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서비스업이 반등하고 경기 동행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기 회복 흐름이 유지되는 모습”이라며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성장 둔화, 금리 인상 등 대외 측면의 어려움이 지속하며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