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부두에 접안한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려 공급하기로 했다. 국내외 경기 약세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 탓에 수입은 급증해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정부는 31일 대통령 주재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올해 무역보험 연간 체결 한도를 애초 230조원에서 260조원으로 상향 조정해 공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했다. 무보 한도 상향에 수출입은행 74조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16조8천억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5300억원을 합치면 총351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게 된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했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261조원으로 책정했다가 7월 비상경제장관회의 때 301조원으로 높여 잡은 뒤 다시 50조원이 추가되며 기존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255조8천억원보다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무역금융 확대 방안에 따라 기업별 ‘수출품 선적 전 수출신용보증 한도’(무보)도 높이기로 했다. 현재 중소·중견 기업 50억원에서 중소 70억원, 중견 1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여신 한도 소진 기업도 제작 자금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의 금리 우대 조처도 마련돼, 수출 중소기업 1천여개사에 대해 내년 8월까지 최대 1%포인트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수입보험 적용 대상 품목과 한도를 9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주요자원·시설재·공장자동화 물품으로 한정하던 것을 사치·소비재만 제외시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고, 한도액은 중소·중견 50억원에서 중소 70억원, 중견 100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산업, 혁신성장 기업에 대해선 무역금융의 보증 기간을 1년에서 최대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중소·중견 기업 750개사에 수출 물류비 9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미 3800개사에 320억원을 지원한 데 뒤이은 추가 지원 내용이다. 이들 중소·중견 기업에는 9월부터 항공료 최대 15%, 특송운임비 최대 77% 할인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9월부터 부산신항 내 수출화물 반입허용 기간을 3일에서 4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창고보관료 등 부담을 낮춰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한 무역적자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에너지 수입액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도시가스 원료로 엘피지(LPG) 혼합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고가의 엘엔지(LNG) 수요를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이다. 산업체 및 발전용 엘엔지를 엘피지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산업·건물·수송 3대 분야 에너지 수요 효율화 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에너지 효율투자, 사업화 시설 등을 신성장·원천기술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력 품목의 고도화와 친환경화를 위해 2026년까지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약 3조7천억원을 지원하고 세제 지원과 규제 개선을 통해 민간 투자 확대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무총리 주재 무역투자 전략회의를 10월부터 운영하고, 산업부를 중심으로 코트라·무역보험공사 등 무역 유관기관, 업종별 협회와 함께 수출현장 지원단을 꾸려 9월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올해 수출은 7월까지 4111억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으나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 급증으로 무역수지는 153억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원유, 가스, 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이 지난해 1~7월에 견줘 501억달러(89%)나 늘어 무역적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