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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설탕값 5년만에 8배 폭등…북한 경제에 무슨 일이

등록 2022-09-05 16:45수정 2022-09-06 02:23

대북제재·코로나 봉쇄에 북한경제 위기
“신냉전 구도 속 선택 갈림길 맞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 방역 대전 승리'를 선포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 방역 대전 승리'를 선포했다.
북한의 설탕 가격은 지난 2017년 1킬로그램(kg)당 평균 5201원(이하 북한 원화 기준)에서 올해 6월 말 4만3천원으로 8.3배 뛰었다. 같은 기간 밀가루 가격도 1킬로그램당 5029원에서 1만8700원으로 3.7배 상승했다. 설탕과 밀가루는 북한이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하는 주요 식료품들이다. 요즘 한국이 겪는 고물가 현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지난 5년여 사이 북한에선 무슨 일이 발생한 걸까?

한국은행이 5일 발간한 ‘최근 5년의 북한 경제 및 향후 전망’ 보고서는 이 기간 북한에서 벌어진 경제 환경의 변화를 짚었다. 핵심은 1990년대 경제난과 기아 등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내고 2000년대 들어 성장 흐름에 올라탄 북한 경제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평균 2.4%씩 후퇴했고, 이 기간동안 11.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위기의 발단은 대북 경제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2017년부터 본격 시행한 국제 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광산업과 중화학 공업에 직격탄을 가했다. 북한의 주요 외화 조달창구인 광물 수출과, 생산을 위한 기계 설비 등 자본재 수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2∼2016년 연간 2%씩 성장한 광업은 2017∼2019년 중 연평균 10.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 여파로 2012∼2016년 연평균 1.2%를 기록한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도 2017년 -3.5%, 2018년 -4.1%로 굴러떨어졌다.

큰 폭의 경제 하강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북한은 2020년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그 즉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그해 9월부터는 신의주∼단둥을 오가는 화물 열차운행까지 중단했다.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셈이다. 국경 봉쇄는 대중국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축소, 북한 내 이동 통제 등으로 연결돼 의류 생산 등 경공업과 음식·숙박·도소매업 등 서비스업 위축을 불렀다. 북한 경제를 아래에서 떠받치던 산업들조차 기반이 위태로워진 셈이다.

2019년 0.4% 성장한 북한 경제는 2020년과 2021년 다시 -4.5%, -0.1% 역성장했다.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한국 원화 기준)는 지난해 35조9천억원으로, 한국(2071조7천억원)의 58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북한의 지난해 대외 교역액은 7억1천만달러로 195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탕, 밀가루 같은 수입품 가격이 치솟은 것도 주로 이 시기다.

북한의 고립이 심해지며 밖에선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도 나타났다. 북한 원화-달러 환율은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3∼2020년 3분기 8천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8∼12월엔 4천원대까지 굴러떨어졌다. 경제 위기를 겪는데도 달러 대비 북한의 화폐 가치는 오히려 높아졌다. 조태형 한은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국경 봉쇄로 수입이 급감해 외화 수요가 크게 감소한데다, 북한 당국도 적극적인 외화 사용 억제 조처를 실시해 북한 원화가 상대적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대응은 2019년 9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전후로 구분된다.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성공 등으로 핵무기 고도화에 자신감을 얻은 북한은 북미 협상에서 일부 비핵화와 제재 완화의 맞교환 등 대외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무산되자 외부로부터 등을 돌리고 ‘자력갱생’, ‘정면 돌파전’ 등 자체 기술과 자원으로 위기를 넘겠다는 태도로 돌아선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표면화한 국제 사회의 신냉전 구도는 북한 경제에 기회가 될 수도, 반대로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중국·러시아와 같은 쪽에 서서 이득을 취할 수도 있고, 서방세계와의 관계 악화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며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부원장은 “북한이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려면 충분한 자본 축적이 가능하도록 외자 도입에 우호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 체제의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저생산성의 덫에서 벗어나는 것이 절실하다”며 “체제 전환에 준하는 통큰 개혁과 개방 그리고 획기적인 대외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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