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13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뚫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과 대외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경상수지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상품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경상수지의 주요 구성항목)가 10여 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7월 경상수지는 간신히 흑자를 내며 버텼으나, 한국은행은 “8월엔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7월 상품수지 적자와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에 7일 원-달러 환율은 12.50원 급등한 1384.20원까지 뛰어올랐다. 이달 들어 5거래일 연속 올라 총 46.60원이나 올랐다. 한은은 요즘 원화 가치 하락 추세에 대해 “원화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7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올해 7월 경상수지가 10억9천만달러(약 1조5천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7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7월(77억1천만달러)에 견줘 85.9%나 급감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지난해 7월 55억5천만달러 흑자에서 올해 7월 11억8천만달러 적자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월간 상품수지가 적자로 전환한 건 2012년 4월(-3억3천만달러)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7월 상품 수입 증가율은 전년 대비 21.2%에 달했다. 수출 증가율(6.9%)의 3배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상품 수출이 석유제품 등 수출 주력품목을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대중국 수출 감소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반면 상품 수입은 원유 등 에너지류 가격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이 급증하고 자본재(생산 설비) 수입도 확대되며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원유·석탄 등 에너지류 수입액은 1년 전보다 70% 넘게 불어나며 전체 원자재 수입액 증가(35.5%)를 견인했다.
상품수지에다가 서비스, 임금·투자소득 등 외국과의 거래 전반까지 포함하는 경상수지도 8월에는 적자로 돌아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청이 집계하는 8월 무역수지 적자(수출액-수입액)가 66년 만에 최대인 94억7천만달러를 기록한 상황이다. 최근 무역적자가 워낙 커지면서 경상수지 흑자도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김 부장은 “8월 무역수지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보이며 8월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율도 급등세를 연일 지속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50원 오른 1384.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30일(1391.50원) 이후 가장 높다. 이날 환율은 1377.0원에 개장해 오후 한때 1388.40원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 경기 둔화 가능성 등에 더해 이날 발표된 7월 상품수지 적자 및 8월 경상수지 적자 우려가 원화 가치 하락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시장은 분석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달러 대비 자국 통화 약세)흐름은 주요 통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외환당국은 전날까지 환율 상승 흐름에도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 등 펀더멘털은 양호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미묘한 톤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경상수지 흐름, 국내·외 자금 흐름, 외환 흐름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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