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 정책 추진으로 달라지는 경제 환경에 대비한 새로운 수출 전략, 수입선 다원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제품의 대중국 의존도가 80∼90%에 이르는 만큼, 이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1일 발간한 ‘중국 탄소 중립 정책 현황 및 공해 방지 투자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의 탄소 중립 정책은 추진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대중 무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중국의 산업 구조 변화, 일부 중국산 수입품의 가격 상승 및 수급 차질 위험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앞서 지난 2020년 9월 제75차 유엔(UN)총회에서 ‘30·60 쌍탄소전략’을 발표하고, 지난해 10월엔 탄소 중립 세부 전략을 내놓았다. 오는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탄소 고배출 업종 비중 축소 등 산업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중국의 2020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7억톤(t)으로 세계 탄소 배출량의 30.6%를 차지한다. 2006년 미국을 제치고 현재까지 세계 1위 탄소 배출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고서는 “2000∼2020년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모두 72억톤 증가했는데, 이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99억톤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 등 경제 성장이 탄소 배출 증가를 견인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탈탄소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현재는 글로벌 재생 에너지 투자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1위인 30% 안팎에 달한다. 중국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도 지난해 약 11%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보고서는 “중국의 지역별 국내총생산 대비 공해 방지 투자액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산업 구조 지수(숫자가 높을수록 서비스업 등 3차 산업 비중이 크다는 의미)가 0.09%포인트 올라가고, 취업자 수는 0.01%포인트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거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탄소 중립 정책이 중국의 서비스업 등 내수 중심 경제 구조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시장 지배력도 강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시장에서 모듈·전지·웨이퍼·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제품의 중국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79∼97%에 이른다. 이 때문에 중국이 향후 태양광 제품 시장에서 현재의 산유국과 같은 독과점 지위를 얻으며 이른바 ‘햇빛 오펙’(OPEC, 석유수출국기구)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호 한은 중국경제팀 과장은 “중국의 내수 중심 성장 구조로의 전환에 대응해 소비재 등 최종재 수출 비중을 확대하고, 태양광과 2차 전지(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수입선을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대중국 친환경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고 태양광·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수입 비중을 낮춰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