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년 세제 개편안 평가와 대안’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 감세 정책을 두고 토론하고 있다. 포용재정포럼 제공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 감세 정책을 두고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논쟁이 달궈지고 있다. 정권 따라 오락가락하는 조세 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중장기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는 지난 15일 포용재정포럼이 주관하고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나라살림연구소·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세제 개편안 평가와 대안’ 정책 토론회에서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은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빌미로 사실상 종부세의 정책적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가액 비율 60%로 하향, 시행령 남용 대표적 사례”
정부는 “올해 종부세 부담을 2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며 1주택자 기본 공제 금액을 현재의 11억원에서 올해에 한해 14억원으로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종부세 매기는 기준 금액(과세표준)을 구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앞서 지난 7월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 100%에서 60%로 이미 낮춘 상태다. 또 내년에 다주택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중과세를 폐지하고, 세율 인하, 기본 공제액 상향(1주택자 12억원, 다주택자 9억원) 등을 위한 세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 교수는 “올해 공정가액 비율을 종부세법이 정한 최저 수준인 60%로 대폭 낮춘 건, 과거 종부세를 무력화한 이명박 정부 당시의 공정가액 비율 80%보다도 낮은 대표적인 시행령 남용 사례”라며 “기본 공제액도 그 기능이 종부세 부담 증대를 통한 주택 가격 상승 억제에 있는 만큼 현재의 6억원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종부세 입법 목적인 부동산 투기 억제, 조세 부담의 공평성 제고,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존 과세 체계를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윤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위원도 “지난 몇 년간의 보유세 부담 증가는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결과”라며 “향후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세 부담 감소가 아니라 실질적인 세율 감소 효과를 내는 세제 개편이 이뤄지면 국내 보유세 부담 수준이 국제적인 평균 이하로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당장 세금 깎아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뿐 향후 부동산 보유세를 어떻게 운용할지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주택 임대 소득 과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보유세 과세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OECD 관계자도 “주택 세금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전날 욘 파렐리우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데스크헤드도 정부 세종청사에서 가진 ‘2022년 한국 경제 보고서’ 설명회에서 “오이시디는 일반적으로 이런 유형의 주택 보유세(종부세)를 선호하지만, 납세자 수용성 등 세금 설계가 잘 돼야 한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한국 정부가 주택 관련 세금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세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세를 비롯한 법인세·소득세 등 전방위적 감세 기조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용재정포럼 토론회에서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부자 감세 기조를 유지한 채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경우 조세와 재정의 재분배 기능 및 안정화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며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해지고 성장 잠재력은 크게 저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소득세 최고 세율을 적용하는 구간(과세표준)의 시작점을 낮추고 모든 소득 구간에서 적정 수준으로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면서 “법인세는 세율 체계를 2∼3단계로 단순화하고 최고세율 25%를 유지하되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세가 아니라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적 보편 증세’로 중부담 중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회계사)은 “윤석열 정부는 금융 투자 소득세 도입 2년 유예, 상장 주식 양도소득 과세 대상 대폭 축소 등으로 자산 소득 과세와 관련해 진전된 것을 모두 후퇴시켰다”면서 “금융 투자 소득세 2년 유예를 철회하고 기존 대주주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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