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근접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국과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체결할지 촉각이 쏠린다. 일정 기간 동안 달러와 원화를 미리 정한 환율로 서로 맞바꾸는 계약인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적극 요청하고 있지만, 글로벌 외환시장 안정 등을 고려해 연준 스스로 판단·결정한 뒤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터라 연준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환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환율 등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우리가 통화스와프를 (연준에) 밀고 있는 건 맞는다”며 “(이번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실무단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도 의제로 올려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요청하는 통화스와프 규모와 연준의 태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은 다수 국가들이 달러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이 설 때, 즉 순전히 경제·금융논리에서 통화스와프를 결정해왔다. 체결된다면 600억달러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조달한 미 달러화가 곧바로 국내 달러자금 시장에 공급되면 최근 환율 오름세가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두 차례 한시적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2010년 2월 300억달러 규모로, 코로나19 대유행 때인 2020년 3월~2021년 12월 600억달러 규모(한국 포함 총 9개국·6개월 단위 연장)로 계약을 체결했다.
미 연준은 현재 5개국(유럽연합·일본·영국·캐나다·스위스)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는데, 다른 국가와는 필요한 시기에 한시적으로 맺는 비상 통화스와프(기간 6개월)를 체결해왔다. 이번에 체결된다면 한국뿐 아니라 다른 대여섯 나라와 일시적 스와프를 동시에 맺을 가능성이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만약 연준이 통화스와프를 이번에 발표한다면 자신들의 통화스와프 정책 안에서 필요에 의해서 조정하는 것”이라며 “연준은 (미국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이 강하다. 미국 정부 의견은 결정적이지 않고 연준이 결정하고 발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의 경우 중앙은행 사이에 협의 통로가 있지만, 연준이 세계 외환시장 및 달러 가치 안정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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