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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일본, 24년 만에 ‘외환 시장’ 전격 개입…“각자도생 역환율 전쟁”

등록 2022-09-23 15:04수정 2022-09-23 18:00

엔-달러 환율 145엔 상회에 일 당국 나서
추가개입도 시사…추세 반전은 어려울듯
한 일본 시민이 22일 엔-달러 환율을 보여주는 도쿄의 한 중개소 앞에 서 있다. 연합뉴스
한 일본 시민이 22일 엔-달러 환율을 보여주는 도쿄의 한 중개소 앞에 서 있다. 연합뉴스

일본 외환당국이 22일 저녁 1998년 6월 이후 24년 만에 엔화 약세에 대응한 외환시장 개입(달러화 매도)을 단행한 가운데, 최근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이른바 ‘킹달러’)를 진정시키기 위한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국제공조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플라자 합의는 당시 일본·독일에 편중된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독일 등 선진 5개국(G5) 중앙은행이 협조해 미 달러화를 6주 만에 큰 폭(10~12%)으로 절하시키는 목표를 달성한 합의다.

22일 오후, 일본 외환당국은 엔-달러 환율이 145엔을 상회하며 가파른 엔화 약세가 지속되자 전격적인 외환시장 개입(달러화 매도)을 단행했다. 일본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한국 등 동아시아에 외환위기가 찾아온 1998년 6월 이후 24년 만이다.

칸다 마소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오후 5시15분에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이어 오후 6시30분에는 스즈키 순이치 재무상과 함께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칸다 재무관은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과감한 조치’를 취했으며, 일본 정부는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즈키 재무상은 “향후에도 과도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칸다 재무관은 “개입 목적이 특정 환율 수준 방어는 아니다”라면서도 추가 개입을 시사하고, “미국 재무부와도 긴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개입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십억달러를 도쿄 외환시장에 매도했을 것으로 시장은 추정한다.

일본 중앙은행의 과감한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오후 4시37분 달러당 145.90엔에서 약 5시간 만인 밤 9시48분 140.40엔으로 3.8% 떨어졌다. 이 날 종가는 142.08엔을 기록했다. 그러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엔화 비중 13.6%)도 이날 최대 1.1% 하락(오후 4시6분 111.810→오후 5시43분 110.494)하고, 같은 시간대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스위스 프랑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 가치가 일제히 1~2% 급반등했다. 원-달러 환율도 런던·뉴욕 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1% 하락하며 일시적으로 달러당 1400원을 하회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입 효과를 실제 개입 규모보다 큰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은 “일본과 공조 개입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일제히 입장을 표명했다. 미 재무부는 “일본의 조치를 이해하지만, 함께 실개입에 나서지 않았다”고 확인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이번 시장개입은 미 달러 가치 약세를 위한 공조 개입 성격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23일 “이번 조치를 계기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당분간 일본의 추가 개입 및 여타 국가들의 개입 강도 강화 등 정책적 요소(시장개입 리스크)를 더 크게 고려하게 될 전망”이라며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단기적으로는 가파른 엔화 약세 속도를 억제할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 엔저 추세를 반전시킬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스탠더드 차타드는 “일본 외환당국이 매일 시장에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시장이 두려워해야 할 만한 지속적인 변수가 될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고,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여타 국가들도 과감한 조치를 천명하면서 개입에 동참할 수 있고, 이런 움직임이 1985년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본의 단독 개입으로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덜란드 글로벌 투자은행인 라보뱅크는 “엔화 약세 저지를 위해서는 일본의 단독 개입보다 여타국의 공조개입이 효과적이지만, 글로벌 달러화 초강세로 인해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적 공조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플라자 합의와 같은 정책 공조 등장은 연준이 미국 인플레이션의 하락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기대 난망’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 방향은 미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과도 상충한다. 국제 환율 공조체제가 성공하려면 미국이 함께 나서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미 재무부가 달러화 약세를 위해 개입할 확률은 거의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케이2’(K2)는 “현재는 각국이 인플레와 환율 불안 속에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고, 80년대보다 훨씬 분열된 상태”라며 “달러화 약세를 위한 글로벌 정책 공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역환율전쟁(자국 통화가치 강세 유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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