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28일 밝혔다. 피치 등급 중 위에서 넷째로 높은 것으로 영국·벨기에·아일랜드·홍콩 등이 한국과 같은 등급이다. 한국은 2012년 9월부터 10년째 이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이날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올해 2.6%, 내년 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 등이 수출과 설비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성장세가 둔화하리라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올해 5%를 기록하고 내년엔 1.5%로 완화될 것으로 점쳤다. 향후 원자재 가격 둔화, 통화 긴축 등으로 상승폭이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전망치는 기존 58.6%에서 51.5%로 낮춰잡았다. 앞서 올해 1월 등급 발표 땐 국가채무 증가세 등을 중기적인 등급 하방 요인이라고 지적했지만, 이번에 채무 전망치가 개선되며 하방 요인도 완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한국의 대외 건전성은 현재의 외부 변동성을 관리하는데 충분한 완충 장치를 제공한다고 믿는다”고 진단했다. 최근 무역적자·외환보유액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대외 순자산과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양호한 대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외환보유액도 경상지급액 6개월치로, AA 등급 국가들의 중간값(2.2개월)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방 요인으로 큰 폭의 국가채무 비율 상승, 가계부채 상환 문제로 인한 금융 전반의 위험 확대,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 등을 꼽았다. 반면 한반도 긴장 완화, 경상수지 흑자 및 대외순자산 확대, 거버넌스 개선 등은 등급 상향 조정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획재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가계부채 등 일부 우려에 대해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계기로 한 신용평가사 면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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