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에서 태풍 ‘난마돌’ 대비 점검 회의를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산림청을 퇴사하고 산림청이 관리하는 공공기관 등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공무원이 최근 5년여 사이 6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의 남은 정년까지 임금을 보전해 주는 명예퇴직 수당을 받고 특별 승진까지 한 뒤, 산림청의 감사 대상 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5년7개월 사이에 산림청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산림청 퇴직 공무원은 모두 66명으로 집계됐다. 산림청 산하기관(특수법인)은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등 공공기관 4곳을 포함해 모두 12곳이다.
지난 5년여 동안 이 산하기관들에 재취업한 산림청 공무원 83%(55명)는 정년을 1년 이상 남긴 명예퇴직자였다. 이들은 정년까지 남은 기간의 임금을 보전해 주는 성격인 명예퇴직 수당을 1명당 평균 6158만원씩을 받고, 이 중 33명은 퇴사와 동시에 공무원 직급이 한 계단 올라가는 특별 승진도 했다.
예를 들어 산림청 임업연구관으로 일했던 ㄱ씨는 2020년 6월30일 산림청을 명예퇴직하며 명예퇴직 수당 1억5210만원을 받고, 다음날인 2020년 7월1일 국립세종수목원 부장으로 재입사했다. 기존 월급을 보전해 주는 퇴직 수당을 당겨 받고 산하기관에서 임금을 중복해서 받은 셈이다.
퇴직과 동시에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인사는 이뿐만 아니다. 산림청 4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2020년 4월30일 명예퇴직한 ㄴ씨는 명예퇴직 수당 5061만원 수령 및 3급 특별 승진을 하고, 공직 퇴직일에 바로 국립청도숲체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산림청 명예퇴직 공무원 55명 중 퇴직 당일 곧바로 산하기관에 입사한 인사는 1명, 다음날 이직한 인사는 11명에 이른다.
올해 1월1일에도 전날 명예퇴직 수당 5389만원을 받고 산림청을 퇴사한 임업연구관 ㄷ씨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상임 사무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위탁 집행형 준정부기관(공공기관)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특별 승진은 보수와 무관하게 공적 심사를 거쳐 결격 사유가 없으면 명예를 위해 퇴직 때 승진을 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산림청 출신 낙하산 인사들의 산하기관 재취업 적정성을 따질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17조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은 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거나 취업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가 선정한 산림청 퇴직 공무원의 취업 심사 대상 기관에는 산림청 산하기관 12곳 중 한국임업진흥원과 산림조합중앙회 2곳만 포함돼 있다. 공공기관인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등 나머지 10곳은 재취업 심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산림청 퇴직 공무원들의 산하기관 낙하산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며 ‘산피아’(산림청 마피아)라는 말까지 생겼다.
윤미향 의원은 “산림청은 2017년 퇴직 공무원 전관예우 예방을 위해 ‘공공기관 및 특수법인 임직원 운영에 관한 기본 원칙’을 발표했지만, 현재 산림청 산하기관 12곳 중 취업 제한 기관은 단 2곳뿐이다”라며 “민관 유착 근절, 기관의 독립성 강화를 통해 공정한 직무 수행이 될 수 있도록 재취업 및 취업 제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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