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복합위기 우려가 커지며 정부의 ‘경제 세일즈’ 방법도 확 달라졌다. 한국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한국의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며 투자자 안심 시키기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한국경제 설명회를 했다. 골드만삭스, 라자드, 브룩필드, 블랙록, 블랙스톤, 씨티, 칼라일 등 월가의 주요 투자회사 임원 20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선 것이다. 이번 설명회는 100명 이상이 참석했던 이전 설명회보다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정부의 홍보보다 투자자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설명회 중 1시간 30분 이상을 질문을 듣고 답하는 데 할애했다. 발표자로 나선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도 해외 투자자들의 염려에 대한 정부 입장을 주로 소개했다. 기재부는 한국 경제에 제기되는 3가지 질문으로 경상수지 적자, 대외 건전성, 부채 등을 꼽았다.
정부는 최근의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 적자를 한국 경제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하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세계 경기 침체와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올해 1∼9월 무역적자(수출액-수입액)가 289억달러까지 불어났으나, 서비스수지 등까지 포함해 나라 밖에서 벌어온 돈에서 해외로 나간 돈을 뺀 경상수지는 올해 300억∼400억달러가량 흑자를 내며 선방하리라는 것이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주요 20개국(G20) 중 중국·독일 등에 이어 넷째로 많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내년 한국의 경상 흑자 확대를 점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대외 건전성도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엔 원화 가치만 나 홀로 약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킹달러’(글로벌 달러 초강세) 영향으로 일본·유럽 등 주요국 환율이 모두 급등세(통화가치 약세)라는 것이다. 한국의 올해 8월 말 기준 세계 8위인 외환보유고 및 해외 보유자산 등 충격 완충 장치가 충분하고 국채 부도 위험도 낮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한국의 대외채무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고 채무 상환 능력도 안정적”이라고 자평했다. 외국에서 조달한 전체 부채 중 만기 1년 미만인 단기 외채 비중이 2008년 51.7%에서 올해 27.8%로 감소했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뚜렷하게 꺾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의 특징을 ‘인내와 회복력’이라고 소개하며 “세계 경제의 회복기가 오면 한국이 가장 강하고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올 때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홍보한 셈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날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의 고환율·고금리 대응 방안, 정부가 보는 적정 원-달러 환율 등을 물었다고 기재부 쪽은 전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외환시장은 시장의 수급을 존중하되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 시장 안정 조처를 시행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환율 수준엔 말을 아꼈다.
뉴욕/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