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각) “내년 경기 둔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아 우리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며 “내년 상반기가 특히 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졌고, 그로 인해 경기 둔화의 목소리가 커지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도 (실질 경제 성장률) 정부 전망치가 당초 2.5%였는데 분명히 그보다 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추 부총리는 “당장 단기간에 외환위기처럼 외화 자금이 부족해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까진 아니다”라며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예를 들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외환보유고, 단기 외채 비중 등에 큰 차이가 있고 실질 성장률 전망치도 플러스(+)를 유지하는 등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가 어렵고 위기 상황이라고 볼 때 시스템 리스크(위험)로 가느냐가 제일 큰 관건”이라며 “아직 그럴 정도는 되지 않지만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가 초점을 맞춘 최대 과제는 “단기적인 위기 상황으로 치닫지 않고 시스템적 리스크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과 기조적으로 하락 추세인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여나가는 구조적인 접근”이라고 했다. 거시적으로 재정 및 가계 부채의 건전성 회복을, 미시적으로는 노동·교육시장 개혁이 시급하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노력과 대학 규제 개혁을 통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 충격을 두고는 “우리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며 “부동산 등에 관해서도 조금 수습이 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상당 기간 버틸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미·중 갈등에 대해선 “우리가 수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일단 한미 동맹을 최우선시하되 중국과 등을 돌리고 살 수는 없으니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 직후 골드만삭스, 라자드, 브룩필드, 블랙록, 블랙스톤, 씨티, 칼라일 등 월가의 주요 투자회사 임원 20명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 설명회를 했다. 한국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 유치 설명회에서 “한국의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며 투자자 안심 시키기에 나섰다. 기재부는 한국 경제에 제기되는 3가지 우려 사항으로 경상수지 적자, 대외 건전성, 부채 등을 꼽았다. 정부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세계 경제의 회복기가 오면 한국이 가장 강하고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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