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전쟁과 갈등, 고물가·경기 침체라는 복합 위기를 맞닥뜨린 세계 경제의 공동 대응과 협력 가능성이 무산됐다. 다만 한국이 당장 과거의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재확인됐다. 정부는 외국인 채권 투자 비과세 시행을 앞당기기로 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환율과 금리 안정을 위한 우리 나름의 대응책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뒤 기자 간담회를 열어 “주요 20개국 회의에서 서방 국가들은 최근의 경제 어려움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파생된 것이라고 러시아를 비난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가 앞서 12∼13일 참석한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이사국 총회(IMFC)는 공동 합의문 없이 종료했다. 서방 세계와 러시아 등과의 갈등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회의에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세계 각국은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좋지 않고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며 “우리 경제도 내년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현실화 여부 등을 예의주시해야겠다는 생각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는 이번 출장에서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인도·호주 재무장관과 아이엠에프·세계은행 총재, 3대 국제 신용평가사, 기관 투자가 등과 연이어 면담했다. 그는 “대체적으로 공통된 인식은 한국 경제가 어려운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도 나름대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종의 위기 재발 가능성 등에 대해선 모두 거의 가능성이 없다는 식으로 일축했다”고 전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조처를 이달 17일부터 앞당겨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애초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이 같은 방안을 담아 국회의 법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비과세를 적용하려 했다. 그러나 법안의 국회 통과 전에 법인세·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행 시기를 석 달 남짓 앞당기기로 했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에 혜택을 강화해 투자금 유입을 늘리고 채권 금리 및 환율 하락 등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 미칠 여파를 두고는 “3대 신용평가사들도 북한의 도발을 한국 정부 신용평가에 특별히 부정적 요인으로 추가하겠다고 얘기하진 않고 원래 있던 수준의 부담 요인 아니겠느냐는 상황”이라면서도 “특정 상황이 벌어지고 또 어떻게 사태가 진행되는지에 따라서 평가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정부의 감세 정책 기조를 놓고 “감세가 과도하면 재정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통화정책과도 엇박자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최소 수준의 조세 감면으로 재정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며 기존 정책 방향성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또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채권 발행, 강원도가 레고랜드 건설 관련 채무 보증을 약속했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채무불이행 사태 등으로 인한 회사채 시장 여파엔 “현재 회사채 단기 자금 시장에서 정상적인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시장 안정 조처를 하고 있다”면서 “강원도 문제는 강원도가 대응을 해야 하고, 아직 그 여파가 확산될 단계는 아닌거 같지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재부는 이달 17일 공공기관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경상 경비 1조1천억원 절감, 고교 학자금 지원 폐지·사내 대출 제도 개선 등 282개 기관의 직원 복리 후생과 관련한 15개 분야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워싱턴/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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