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열차 안에서 다른 이를 폭행한 경우 피해자와 합의했는지와 무관하게 3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하도록 형량이 강화된다. 승무원이 폭행, 폭언, 고성방가 등 소란행위를 한 승객을 정차역에서 하차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생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철도범죄에 대한 적극 대응 방안을 담은 열차 내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 8월14일 고속열차 케이티엑스(KTX)에서 벌어진 폭력 사건을 계기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당시 20대 남성이 열차 안에서 아이들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고, 이를 제지하는 다른 승객을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하다가 철도사법경찰에 인계됐다. 국토부는 이날 “철도범죄는 지난 2011년 1040건에서 2021년 2136건으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성폭력과 폭력범죄가 전체 범죄의 6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열차 내 폭행에 대한 처벌 형량을 강화하기 위해 철도안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폭행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을 정한 형법 260조를 따르고 있는데, 이 조항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도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 합의 땐 처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철도안전법에 폭행 범죄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고,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철도와 유사한 교통수단인 항공기의 경우 항공보안법에 따라 합의와 관계없이 5년 이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열차 내 사건에 대한 초동 대응이 부족했다고 판단하고, 철도 종사자가 폭행, 폭언, 고성방가 등을 하는 승객을 제지, 격리, 퇴거할 수 있도록 철도안전법을 개정하겠다고도 밝혔다. 승무원 등 철도종사자 지시에 불응하거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면 철도경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 철도경찰이 사용 중인 테이저건, 가스분사기는 혼잡한 역사와 객차 안에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있어온 만큼, 고무탄총을 도입한다. 다만 고무탄총 안전사고와 오남용 방지를 위한 사용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해 실제 도입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다. 현재 7%에 그치는 철도경찰의 승무율(전체 철도경찰 중 열차 안에서 치안활동을 하는 비중)이 30%가 되도록 인력도 확충한다.
승무원들이 실시간으로 범죄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오는 11월 말까지 ‘바디캠’ 등 전용 녹화장비도 지급된다. 국토부는 “법률 검토 결과 승무원의 바디캠 착용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객차 안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시시티브이) 설치를 고속열차와 전동차에는 올해까지, 일반열차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하겠다는 방침이기도 하다. 올 9월 말 기준 열차 안 시시티브이 설치율은 35%다. 정채교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은 “과제별 추진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에스알(SR), 철도경찰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