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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증권가, ‘50조+α’ 환영하지만 “시장불안 더 연장” 우려

등록 2022-10-24 14:37수정 2022-10-24 22:47

증권사 “캐피탈콜 응할 금융권 여력 태부족”
“한은 금리인상 기조 불변이 근본 문제”
“단기자금 시장 불안은 더 연장될 것”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3일 발표한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에 24일 증권가는 채권시장의 단기적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일단 환영했다. 그러나 현재 채권시장 경색의 근본적 원인인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냉각 요인은 여전한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이번 조처가 장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50조원 플러스 알파’라는 유동성 공급 규모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상당한 정도로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 자금 경색의 직접적 트리거(도화선)가 됐던 레고랜드 사태를 겨냥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지급보증의무 이행) 재확약을 끌어내고, 정당별 분포가 다양한 지방정부들의 의견 조율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증권가 보고서들은 당장 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유동성 공급 정책을 내놓은 것이며, 자금시장 경색의 근본적 원인이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점에서 이번 조처는 ‘단기적 해법’이라는 한계도 언급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자금 경색은 시중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며 “정책 당국의 대응이 이런 기조와 상충하는 문제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도 “단기적인 시장 안정은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요인, 한국은행이 변하지 않으면 이번 대책의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시장 안정화 방안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것에 대한 미시 조처라서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 조건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교보증권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변함이 없다는 이 총재의 발언을 채권시장이 어떻게 소화할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캐피탈 콜’(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 출자 요청)에 응할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채권시장안정펀드는 금융기관들이 출자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미 자금 부족으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 은행들이 채안펀드의 ‘캐피탈 콜’(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 출자 요청)에 응할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캐피탈 콜에 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더욱 지속한다면 이번 시장 안정화 조처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채안펀드, 회사채·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은 모두 유동성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시장 안의 기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재원을 확보하는 조처라서 시장 전반의 유동성 경색 해소에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채안펀드 캐피탈 콜에 응해야 하는 증권사들은 정작 자금지원이 필요한 회사들이라서 캐피탈 콜에 대응한 자금조성 과정에서 자금시장 경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도 채안펀드 재원 조성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자금시장에 수급부담을 줄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사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며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단기자금 시장은 계절성이 뚜렷해 연말이 되면 법인들의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단기 증권 매수 여력은 전반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증권사·건설사들의 단기자금 조달 시장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도 “한국과 미국의 통화 긴축 불확실성은 여전해 단기자금 시장 불안은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나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등이 포함되지 않았고, 한은이 이런 대책을 국내 경제 펀더멘탈 여건이나 통화정책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쉽사리 재가동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케이비(KB)증권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매주 평균 4조1천억원가량씩 발행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1조1천억원 증가했다. 당장 오는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13조7천억원이고, 현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도래액은 총 26조9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 A2 이하는 7조8천억원이다. 케이비증권은 “이번 단기 자금 경색 사태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촉발된 측면이 크지만, 본질적으로는 긴축 경로에서 ‘마켓 런’(투자 회수)이 발생한 것으로 채무가 과다한 상태에서 긴축의 불확실성이 시장의 경계감으로 표출돼 자체 모멘텀을 형성하며 연쇄 파급되는 이른바 ‘폭포 효과’가 극대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약한 연결고리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부터 타격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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