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도매가격 인상에 따라 마시는 우유와 빵·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일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가공하지 않은 동물 젖) 기본가격을 현재 리터(ℓ)당 947원에서 내년 996원으로 리터당 49원(5.2%) 인상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13년 생산비 증감액을 원유 기본가격에 반영하는 연동제 도입 당시 원유 가격이 리터당 106원(12.7%) 오른 이후 가장 큰 인상 폭이다. 최근 사료비·인건비 등 생산비 증가를 반영한 조처다.
다만 올해 연말까지는 한시적으로 리터당 52원 올린 999원을 적용한다. 원유 가격은 생산자인 낙농가와 우유회사 등 유업체·정부·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낙농진흥회 협상을 거쳐 매년 8월1일부터 새 가격을 적용하지만, 올해 협상이 길어지며 8월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하지 못한 걸 고려해서다.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 소비자 가격과 우유가 들어가는 빵·과자·아이스크림·분유 가격 등이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해 원유 가격이 리터당 21원 올랐을 때 흰 우유 가격도 업체별로 100∼200원가량 오른 바 있다. 현재 2600∼2700원인 1리터짜리 흰 우유 한 팩 소비자 가격이 3천원을 넘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올해 원유 가격 결정이 늦어진 원인이었던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마시는 우유(음용유)와 빵·치즈·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에 들어가는 가공유 가격을 달리하는 제도로, 낙농가는 도입을 반대해 왔다. 내년 1월1일부터 음용유는 리터당 996원, 가공유는 리터당 800원을 적용한다. 내년부터는 원유 가격 결정에 기존 생산비뿐 아니라 시장 상황을 함께 반영해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생산비 증가액의 최대 30%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게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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