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국내 주력산업의 내년 수출 전망이 어둡다.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대외 수요 부진 탓이다. 주력 산업의 수출은 국내 경제 전반의 흐름과 직결된다.
산업연구원은 21일 내놓은 ‘2023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등 국내 13대 주력 산업의 내년 수출 규모를 5179억달러로 예상했다. 올해 수출 추정치 5397억달러에 견줘 4.0%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추정치는 지난해 5012억달러보다 7.7% 많다. 13대 주력산업의 수출 비중은 2021년 77.8%, 올해 77.8%, 내년 77.1%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발생한 과다 수요가 줄어들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 산업이 부진해 올해 증가세(1.6% 추정)에서 큰 폭의 감소세(-9.9%)로 돌아설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예상했다. 일반기계(-2.3%), 철강(-8.4%), 정유(-11.9%), 석유화학(-14.2%), 섬유(-2.1%), 정보통신기기(-1.0%), 가전(-4.9%), 디스플레이(-1.4%) 수출도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차전지 수출은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의 전기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보다 17.3% 늘어난 121억5천만달러 수준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배터리 관련 규정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에도 미국 내 배터리 공급망 구축 강화로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국내 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 확대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바이오헬스 수출은 올해보다 6.5% 증가한 184억77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자동차·조선도 수출 증가세를 보일 영역으로 꼽혔다. 자동차 수출은 올해보다 2.5% 늘어난 783억달러(자동차 부품 포함)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업체 대비 공급 능력이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물량 기준 자동차 수출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에서 미 인플레 감축법 적용 유예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내년 수출은 올해(220만대)보다 4.2% 감소한 210만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 수출은 2020년 4분기 이후 대량으로 수주받은 컨테이너선, 엘엔지(LNG)운반선, 엘피지(LPG)운반선 수출의 대폭 증가로 올해보다 42.4% 늘어난 25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기능인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정상적인 선박 인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출이 예상보다 감소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내년 전체 수출은 6717억달러로 올해 추정치 6934억달러에 견줘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반도체산업 부진 심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수입은 올해 7360억달러, 내년 6983억달러로 추정했다. 수출보다 더 큰 폭의 감소세(-5.1%)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426억, 내년 266억달러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연간 성장률(실질 GDP) 전망치를 올해 2.5%(상반기 3.0%, 하반기 2.0%), 내년 1.9%(상반기 1.6%, 하반기 2.1%)로 제시했다. 내년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 원-달러 환율은 1320원 안팎으로 내다봤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