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25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재정비전 2050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휘발유·경유에 붙는 기존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주행거리가 길수록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교통주행세로 전환하고, 탄소세 도입 및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 권고가 제기됐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 등을 검토해 내년 상반기 중 향후 30년 재정 운용 전략을 담은 ‘재정비전 2050’을 발표할 계획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25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주최한 회의에서 재정비전 2050의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재정비전 2050은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 처음 논의한 30년 단위의 장기 재정 운용 계획이다. 이날 제시한 4대 전략은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사회보험 리스크 선제 대응, 미래 위험에 대비한 재정 투자 체계, 글로벌 재정 운용 시스템 등이다.
주요 추진 과제로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 기후 대응 재정 체계 구축,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꼽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각 주제별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현석 부연구위원은 “현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재원은 화석 연료 사용 감소로 지속적인 세입원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신설한 기후대응기금 등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투자 재원 20조8천억원(올해 기준) 중 휘발유·경유 구매 시 부과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6조8천억원),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1조3천억원)이 39%를 차지한다. 향후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면 위기 대응 재원도 같이 감소하는 구조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지원 재정(환경개선특별회계·기후대응기금·에너지특별회계·전력기금)의 재원 조달 구조.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후위기 대응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교통주행세로 전환하고 탄소세 도입과 전기요금 인상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오는 2030년부터 주행거리에 비례해 세금이 늘어나는 교통주행세로 전환하고, 온실가스 배출 규제(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이 아닌 분야를 중심으로 탄소세 도입 및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해 기후위기 대응 재원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또 김우현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건강보험을 국가 재정 체계에 편입해 보험 재정을 적극적으로 통제·관리해야 한다”며 “건강보험에 지원하는 국고도 가장 효율성이 높고 우선순위가 높은 쪽으로 재정이 지출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국고 지원(올해 기준 10조5천억원)을 받으면서도 건강보험공단의 일반회계로 운영하는 건강보험을 정부 재정에 포함해 관리를 강화하자는 견해다. 국회에도 오는 2024년부터 건강보험을 기금으로 전환해 지출 통제를 하자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정책 공조를 통해 경제와 재정 여건에 따라 지방 이전 재원 규모를 신축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중앙정부가 내국세 세수의 20.46%와 교육세 일부를 시·도 교육청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국세의 19.24%와 종합부동산세 전액 및 담배에 붙은 개별소비세 일부 등은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부세로 이전하는데, 세수 상황에 따라 기계적으로 결정되는 지방 이전 재원 산정 방식을 탄력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기재부는 “전문가들의 발제 내용과 토론 내용을 검토해 향후 재정비전 수립 시 참고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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