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 부두와 감만 부두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경제 정책의 초점을 수출과 투자 활성화 쪽에 맞추고 있다. 내년 경기 하강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 지원을 늘려 경기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역대 최대 폭으로 인하한 유류세는 내년부터 인하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이 이달 하순께 발표될 예정이다. 우선 방점을 찍은 건 수출 지원이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과 신성장 분야 수출 지원 정책을 강화해 복합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수출 전략 회의’를 신설해 수출 지원에 시동을 건 상태다. 부진에 빠진 한국의 수출 동력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앞서 올해 10월과 11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각각 5.7%, 14% 감소하며 두 달 연속 뒷걸음질했다. 세계 경기 악화로 11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약 30%나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수출의 성장률 기여도가 지난해 2.5%포인트에서 올해 0.8%포인트, 내년엔 0.3%포인트로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수출 엔진이 과거만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기업 투자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 ‘당근’을 주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지만 요즘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내수 소비 쪽 지원책 마련에는 회의적인 기류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진작책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정책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7일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난 거시경제·금융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소비 정상화 과정이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물가·고금리에 발목 잡혀 코로나 시기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는 ‘펜트업 효과’도 내년엔 소멸되리라는 이야기다.
내년 내수 경기가 꺾이면 경기 후행 지표인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1∼10월 국내 취업자의 월평균 증가 규모는 86만6천명으로 코로나 일상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31만명)에 견줘 2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을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37%까지 확대한 유류세 인하폭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유가가 내려가며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 7월1일 리터당 2128.8원에서 이달 10일 현재 1586.8원으로 26% 하락했다. 유류세 인하로 정부의 올해 1∼10월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9조4천억원)가 전년 대비 34% 감소하는 등 재정 부담이 있는 만큼 유가 안정 추이에 맞춰 세금 감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30%) 조처의 연장 여부도 검토 대상이다. 승용차 출고 가격에 부과하는 개소세는 내수 활성화 목적으로 지난 2018년 7월부터 4년 6개월째 인하 조처가 유지되고 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유류세와 개소세 인하 연장 여부를 고심 중”이라며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확정안을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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