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7일 사실상 ‘위드코로나’를 선언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3년간 지속해온 ‘제로 코로나’ 방역지침을 전격적으로 대폭 완화한 것이다. 그러나 내년 중국 경제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리오프닝에 따른 코로나 재확산, 물가 상승 우려, 부동산시장 냉각 지속, 외국인자금의 ‘차이나 런’(대규모 자본 이탈), 재정·통화 정책수단 동원 여력의 한계 봉착 등 ‘복합 리스크’ 탓이다.
더 나아가 자산가치 급락과 경제 경착륙을 촉발하는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신창타이(新常態·고속경제성장→중고속경제성장) 시대에 진입한데다 코로나 이후 공급망 재편 및 첨단산업 중심의 미-중 갈등 격화 국면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크게 악화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대로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된다 해도 부동산시장 위축, 자본유출 등 중국 경제 곳곳에 산재한 내년 경기하방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돼, 내년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 모멘텀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이 기다려온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중국 당국이 사실상 선언한 7일, 중국·홍콩 주식시장은 오히려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 배경을 두고 케이비(KB)증권은 “위드코로나로 소비가 개선되는 상황이 전개되면 이제 중국정부가 재정투자를 축소할 수 있다. 중국은 2020년 이후 누적된 코로나 봉쇄 여파로 정부 부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부동산 관련 부채까지 정부가 떠안는 구조이라서 재정여력이 충분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위드코로나로 향후 중국 소비경기가 정상화되면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중국에서도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작용하고 있다. 물가 오름세가 본격화하면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금리를 인하할 여력도 제한된다.
중국 청년실업률이 10월에 17.9%를 기록하고, 코로나 봉쇄 여파로 서비스업황이 크게 하락하면서 가계소비자들의 소비지출 여력은 크게 위축돼 있다. 현재 경기에 대한 가계소비자의 인식을 보여주는 중국 소비자신뢰지수 (100을 기준으로 이상이면 긍정적 , 이하이면 부정적 인식 )는 지난 1~3월 113~121이었으나 상하이 전면봉쇄 직후인 4월부터 10월까지 86~88로 내려가 코로나 발생 이후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 메리츠증권은 “리오프닝이 되더라도 강한 소비 회복이 나타나기는 어렵다.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하더라도 실질적인 정책 효과는 올해보다 더 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의 부동산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에 잠겨 있고, 은행 대출·투자, 정부 세수입 모두 부동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0%가량을 차지한다. 부동산시장 위축은 장기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부동산시장 활성화 조처에도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해 여름 이후 최근까지 15개월 연속 전년대비 -10~-40%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가격도 14개월째 전월 대비 -0.3% 안팎씩 하락중이다. 올해 내내 중국당국이 사실상의 정책금리인 대출우대금리 인하(1년만기 15bp, 5년만기 35bp) 및 지급준비율 인하(25bp), 주택 구매요건 완화 같은 수요 부양책을 폈지만 부동산 거래량은 1~11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부동산시장 침체→부실채권 규모 급증→재정수입 악화→투자·소비위축→우량자산 매각이라는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가 중국경제에 도래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둔화를 넘어 금융불안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까지 우려된다는 얘기다.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부채로 누려온 호황 시절이 끝나고, 부채상환능력이 악화하면서 건전 자산까지 팔기 시작하면 자산가치가 순식간에 폭락하고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시기를 뜻한다. 한국은행은 중국 부동산부문 생산이 10% 위축될 경우 전·후방산업 생산 감소 등으로 전체 국내총생산이 2.5~2.9% 하락(2020년 기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당이 경제를 장악하고 지휘하는 특성상 대규모 통화유동성 공급과 국가 주도 인프라투자 및 감세 등 확장 재정·통화정책이 성장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는 경제다. 당국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지난 1~10월 역내 위안화 표시 회사채 발행액이 약 25조위안(누적)으로 지난해 발행액의 두배까지 급증했는데, 이를 통해 회사채 상환불능 사태를 지난해 대비 88%나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10월 중국 재정수입은 17조3천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반면, 이 기간의 재정지출은 20조6천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대규모 재정·통화정책을 실시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인데, 내수 및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중앙·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해 추가 정책여력도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내외금리차 확대와 위안화 절하 압력으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여력도 제한적이다. 게다가 지난 10월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 3연임 집권이 확정되고 당 지도부가 시진핑 측근으로 채워지면서 정치 논리가 경제 정책을 압도하는 양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차이나 런’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해온 리커창 총리의 퇴진이 임박하고 경제정책을 둘러싼 내부 견제시스템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사정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지난 1~9월 한국의 중국시장 총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3.6%(1013억달러)에 이른다. 중간재는 최종소비재나 자본재를 생산하는 과정에 쓰이는 원료나 부속품으로, 석유화학제품·철강재·가공산업용 원자재 및 전기전자기계부품 등이다. 같은 기간 대중국 전체 무역수지 흑자(39억달러)는 전년동기대비 148억달러 감소했는데, 중간재부문 흑자(215억달러)가 전년동기 대비 90억달러나 줄었기 때문이다.
2007년과 2021년치 대중국 중간재 수출을 귀착지별로 비교해 보면, 중국 내수용(2021년 1182억달러)이 중국시장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대비 11.5% 증가한 반면, 미국·독일 시장 등을 향한 우회 수출용(2021년 506억달러) 비중은 2007년 36.6%에서 2021년 23.9%로 대폭 감소했다. 유진투자증권은 “2018년 이후 지속중인 미-중 무역갈등과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우리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이 크게 약화됐다”며 “이런 구조적 요인으로 대중국 수출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일 내년에 중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중국 수출 증가세 회복은 구조적 이유로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엔에이치(NH)투자증권은 한국 수출이 중국시장에 넓고 깊숙이 연결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한국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한 6번의 시기(2001년, 2008년, 2012년, 2015년, 2018년, 2020년)를 분석한 결과, 마이너스 영역으로 한번 들어서면 감소세가 평균 12개월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월부터 마이너스(전년동기대비 -5.7%)로 전환됐으니 하락 사이클상 내년 10월께 플러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인데, 중국경제가 민스키 모멘트를 맞게 되면 그 시점은 훨씬 뒤로 밀리게 될 공산도 크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