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영향 등으로 주요 소매점의 매출 증가세가 큰 폭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 절벽까지 겹치며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획재정부가 16일 펴낸 ‘2022년 12월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의 소비 속보 지표를 보면, 지난달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백화점 ‘빅3’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백화점 매출액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7월 26%, 8월 22.5%, 9월 6.4%, 10월 7%에 달했다. 고가의 명품, 의류 화장품 판매 증가 때문이다. 그러나 11월엔 증가세가 뚜렷하게 꺾인 셈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11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태원 참사 이후) 백화점의 수능 마케팅과 할로윈 후속 마케팅, 빼빼로데이 마케팅 등이 축소된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주요 민간 소비 지표인 11월 국내 카드 승인액도 1년 전보다 6.4% 늘며 증가 폭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축소됐다. 카드 승인액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조처가 해제된 지난 4월부터 매달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달 소비자 심리 지수도 86.5로 한 달 전보다 2.3포인트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11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9% 늘어나 10월(-0.5%)에 견줘 증가세로 돌아섰다. 외부 활동이 주춤해지며 실내에서 먹는 먹거리를 주로 판매하는 마트 매출이 호조세를 보였다.
내수 서비스업도 악화 조짐을 보인다. 지난 10월 국내 서비스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0.8% 줄며 9월(-0.2%)에 견줘 감소 폭이 확대됐다. 특히 부동산업(-3.8%), 숙박·음식업(-1.4%) 등이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 과장은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중개업 등 부동산 거래 관련 서비스들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수출 및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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