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국제통화기금(IMF)이 코로나19 기간 저금리 영향으로 급등한 한국 부동산 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국의 부동산 자산 격차를 콕 짚어 지적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 확대 및 누진적 부동산 구매세(취득세)·재산세 도입 등을 각국에 권고했다.
아이엠에프는 지난 14일 펴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택시장 안정성과 적정 부담’ 보고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많은 국가의 집값에 상당한 하방 위험이 있다”며 “금리 상승이 집값 하락 위험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엠에프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인 2019년 4분기에서 지난해 4분기 사이 주요국들의 집값이 대폭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 뉴질랜드와 호주의 주택 가격이 각각 30%, 20% 넘게 상승했고, 한국도 15% 이상 올라 분석 대상 국가 중 집값 상승률 3위를 기록했다. 이 기구는 “집값 급등은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에 따른 저금리 때문”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경우 주택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기대감 강화가 집값 상승에 기여했다”고 짚었다.
아이엠에프는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과도한 가격 상승 부담 등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국들의 주택 가격 전망도 부쩍 어두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엠에프는 뉴질랜드의 집값 상승률 전망치가 과거에 견줘 20%포인트, 한국과 호주는 10%포인트 남짓 악화했다고 추산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19년 말에 예상한 향후 1년간 집값 상승률이 3%였다면, 2021년 말에 예측한 향후 올해 연간 집값 변동률은 -7%로 주저앉았다는 의미다. 불과 2년 만에 상황이 180도로 바뀐 셈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아이엠에프는 “한국은 세대 간 주택 소유 비율의 차이가 점점 더 뚜렷해지면 부의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너무 높은 집값 탓에 집 사기 어려운 청년 세대와 부모 세대 간 자산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기구는 이들의 주택 구매 능력을 보조하기 위한 주택 바우처 및 보조금 지원, 누진적 부동산 구매세(취득세)·재산세 등을 제안했다. 정부의 저소득·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자는 것으로,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 촉진을 위해 보유세·취득세 등 각종 세금 감면, 대출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 정책 방향과는 크게 동 떨어진 것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