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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위원장이 화물연대 조사 ‘지시’…공정위 조사-심판 분리 ‘헛말’

등록 2022-12-18 15:27수정 2022-12-18 21:59

판사가 기소까지 지시한 셈
‘사업자 간주’ 판단 직접 내려
“행정권력 사유화” 비판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건설산업연맹 주최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위가 사건과 관련해서 대외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 투쟁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화물연대 및 건설노조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는 등 부당하게 사건에 개입했다며 공정거래위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건설산업연맹 주최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위가 사건과 관련해서 대외적으로 입장을 표명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 투쟁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이 언론에 공개적으로 화물연대 및 건설노조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는 등 부당하게 사건에 개입했다며 공정거래위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며 조사에 나선 가운데, 화물연대 조사가 한기정 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시작된 사실이 드러났다. 전원회의를 주재하는 ‘판사’ 역할인 공정위원장이 화물연대에 문제가 있다고 예단하고 ‘검사’ 역할을 하는 공정위 사무처에 표적 조사를 지시한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공정위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지난 11월29일 화물연대 운송거부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를 검토해보라는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검토에 착수했다”고 화물연대 조사 경과를 밝혔다. 향후 화물연대에 대한 전원회의가 열릴 경우 이를 주재하게 될 한 위원장이 조사 개시 단계부터 직접 개입했다는 의미다. 이 경우엔 ‘화물노동자의 사업자성 여부’ 자체가 조사의 영역이어야 하는데, 한 위원장이 이미 사업자로 간주하는 판단을 내려버린 셈이다. 사실상 판사가 기소까지 지시한 경우라 화물연대의 방어권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하나의 기관에 검사 역할(조사)을 하는 사무처와 판사 역할(심판)을 하는 위원회가 함께 있는 구조다. 공정거래법 등 소관 법률에 한해서는 1심을 대체하는 효력이 있어 준사법기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공정위는 그동안 절차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조사와 심판 기능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고 해명해왔다. 지난 10월에도 공정위는 “위원장은 조사계획만 결재를 받고 있고, 현장조사 결과 및 심사 방향은 보고를 받거나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는다”며 “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사관은 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할 수 없고, 위원회는 사무처 조사과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기능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도 국정감사에서 “조사의 전체적 통일성과 관련해 위원장 등의 결재 관여는 필요하다 보지만 조사 내용이나 방향 등은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고 답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 위원장이 화물연대를 표적 삼아 조사를 직접 지시한 행위는 공정위가 스스로 밝혀온 ‘조사·심판 기능 분리’를 정면으로 어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는 “우리나라 공정위는 소추 기능과 심판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전원위원회를 주관하는 위원장이 조사 개시단계부터 개입한다면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며 “위원장 지시로 특정 대상을 표적 조사한다면 특정 조사 대상에 대한 규제와 행정권력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정위의 화물연대 조사는 여러모로 이례적이었다. 공정위는 조사 중인 사건에 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는데, 화물연대 조사에 대해서는 지난 2일 한 위원장이 직접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이례적으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4일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이 부당하게 화물연대 조사 사건에 개입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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