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에 대한 수출은 전년 대비 4% 넘게 줄어들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반대로 두 자릿수(14.5%) 증가세를 보이며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넘었고, 비중에서도 15% 위로 올라서며 전년보다 한 단계 높아졌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2022년 수출입 동향’ 중 지역별 수출 실적을 보면, 대중 수출은 1558억달러로 전년보다 4.4% 줄었다. 지난해 전체 수출 6839억달러의 22.8%를 차지했다. 2021년 25.3%(1629억달러)에 견줘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분쟁이 본격 시작된 2018년 이후에도 25% 윗선을 유지해왔다. 2018년 26.8%에서 2019년 25.1%로 떨어졌다가 2020년 25.9%로 다시 오르는 등 줄곧 25% 위에서 움직였다.
지난해 대중 수출 부진은 4월부터 이어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에서 주로 비롯된 것으로 산업부는 풀이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진 것도 대중 수출 부진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출 비중 이상의 극적인 변화는 무역수지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연간 12억5천만달러로 턱걸이 수준에 그쳤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10억9천만달러 적자) 이후 9월(6억6천만달러 흑자) 한달을 빼고는 내리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2월(26억4천만달러), 3월(30억2천만달러) 흑자에 힘입어 연간 기준 적자를 간신히 면했다. 지난해 흑자 규모는 2021년(242억8천만달러)의 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이 대중 교역에서 흑자를 가장 많이 거둔 2013년엔 그 규모가 628억달러였다.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뚝 떨어진 대신 미국의 몫은 반사적으로 커졌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1098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6.1%였다. 2021년 14.9%(959억달러)에 견줘 한 단계 높아졌다. 연간 대미 무역흑자는 280억4천만달러로 전년(226억9천만달러)보다 20%이상 늘었다.
대미 수출 호조를 이끈 것은 자동차 분야였다. 지난해 들어 12월25일까지 대미 자동차 수출은 217억3천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8% 늘었다. 완성차 출고가 인상 및 고가 전기차 생산·판매 증가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일반기계(14.8%), 자동차부품(16.9%), 석유제품(33.8%)의 대미 수출도 비교적 큰 폭으로 늘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미·중 수출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분쟁에 따라 “핵심 반도체 장비나 부품의 중국 수출 길이 막혀 있는 반면,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대중 수출 비중이 낮아진 것에 대해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대한 과의존이 약화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중국을 비롯한 주요 9개 지역 중 수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나라는 인도였다. 지난해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188억8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1.0% 늘며 2021년의 고성장률(30.7%)을 이어가는 흐름을 보였다. 인도에 이어 아세안 14.8%, 미국 14.5%, 중동 12.3% 순으로 성장세가 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에 대한 수출은 17.7% 줄며 중국과 더불어 9개 지역 중 ‘유이’하게 수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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