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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신용도 낮춰 연 2% 대출 받는 방법 뭐죠’ 다급한 자영업자들

등록 2023-01-16 14:47수정 2023-01-17 02:47

저신용 소상공인 정책자금 16일부터 신규 공급
“다른 금융거래 어려움 겪을 수 있어” 주의 필요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ㄱ씨는 최근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를 3건이나 받았다고 한다. 연 2%짜리 저금리 정책자금을 받아내기 위해 일부러 신용도를 떨어뜨리려는 고육책이었다. 서울에서 피부관리샵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ㄴ씨도 신용도 떨구기 작전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제2금융권 저축은행에서 500만원의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이었다.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삼는 저금리 정책금융 대출 지원을 받기 위한 갖가지 시도들이 경험담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용이라며 내놓은 정책자금의 요건을 신용점수 일정 수준 아래로 설정한 데 따라 생겨난 진풍경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이 16일부터 신규 공급하는 소상공인·전통시장자금 8천억원의 지원 대상은 업력 90일 이상 업체 중 대표자 개인신용 평점 744점 이하(옛 6등급 이하·나이스평가정보 기준)이다. 대상자는 연2.0% 고정금리로 대표자 신용도에 따라 최대 3천만원을 5년 상환(2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시중금리가 대폭 오른 상황이라, 2%대 금리의 이점은 이전 정책자금 지원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ㄱ씨는 “혹시 몰라서 만들어놨던 (신용)카드를 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자가 너무 올라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는 가급적 안 쓰고 있었다”며 “이번에 (정책자금) 대출을 받고 바로 갚으면 되니까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신용점수 낮추기 ‘꿀팁’을 참고해 현금 서비스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에 2%대 대출이 어디에 있느냐’며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도 있었다.

ㄱ씨의 현재 신용점수는 770점대라고 한다. 30점가량 떨어뜨려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ㄱ씨는 “카드사에 문의하니 15일과 말일 신용점수를 반영한다고 했는데, 오늘(16일)까지 되지 않아 걱정”이라며 “신용점수가 낮아지는 게 좋을 리 있겠냐만 당장 급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신용점수 765점이라는 ㄴ씨의 시도 또한 ‘성공적’(?)일지 아직 불투명하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점수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예상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 있다’고 해서 “그거 돌려보고 대출받아 2~3일 안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아직 나이스(평가정보) 신용점수가 안 떨어져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ㄴ씨는 ”코로나 와중에 피부관리샵 2호점을 열었다가 어려워져 여기저기 대출을 끌어오는 바람에 신용도가 낮아진 게 이럴 땐 이득도 되는구나 싶다”며 씁쓸해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저신용자 대출을 둘러싼 분란도 일고 있다. 일부 회원이 ‘카드 현금 서비스를 받으면 30~50점은 금방 떨어진다’ ‘저축은행 대출도 방법이다’ 같은 신용점수 낮추기 방법을 공유하자, 다른 쪽에선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자금 고갈로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반박 글을 올렸다.

신용도 하락 시도에 따라 요행히 이번 대출 지원은 받는다 하더라도 결국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박성효 소진공 이사장은 “해당 대출 신청을 위해 의도적인 연체, 현금 서비스 이용으로 개인신용 평점이 하락하면 기존 및 신규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원 한도를 3천만원으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일부러 신용도를 떨어뜨려 대출을 받는다 해도 일반 소진공 융자(연4%대) 자금에 비교할 때 절감하는 이자액이 1년에 60만~70만원 수준”이라며 “신용도 하락에 따라 기존 은행 대출의 이자가 올라가는 것을 고려할 때 실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시행해보고 정말 문제가 크게 나타난다면 재검토해야 하겠지만, 지금 나오는 우려만으로 (지원 방안을) 바꿀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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