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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안전관리’ 연구선 69명 부족했는데…숨겨진 철도 보고서

등록 2023-01-16 17:52수정 2023-01-16 22:57

국토부, KMAC에 ‘안전 인력’ 연구 의뢰
2020년 보고서 “정원 69명 늘려야” 결론
보고서 비공개하고 2021년에 85명 감축
신규노선도 있는데…2025년까지 722명 추가 감축
한국철도공사의 고속열차인 케이티엑스(KTX). 한국철도공사 제공
한국철도공사의 고속열차인 케이티엑스(KTX). 한국철도공사 제공

정부가 2025년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정원을 722명 줄이기로 한 가운데, 3년 전 정부 연구 용역에서는 철도 안전 관리를 위해 “코레일 정원을 69명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지금껏 비공개로 부친 채 코레일 노사가 요구해 온 안전인력 확대 조정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지난 2020년 4월 작성한 ‘철도 안전관리 조직·인력 개선 방안 마련 연구’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2019년 3월 국토교통부가 예산 2억5천만원을 들여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담은 것이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에 “2018년 말 케이티엑스(KTX) 경강선 탈선 사고 등에 따라 철도안전관리 이행력 강화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능률협회컨설팅에 적정 인력 산정을 주문했다. 또 당시 코레일 노사가 논의 중이었던 3조2교대제에서 4조2교대제 전환시 필요한 적정 인력 산출도 연구 범위에 포함시켰다.

능률협회컨설팅은 수개월 연구 끝에 “2019년 8월 정원 대비 총 69명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부적으로 차량 분야에서 11명, 시설에서 40명, 전기에서 35명 증원이 필요하고, 대신 행정직인 관리사무지원군에선 17명 감축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2019년 8월 당시 근무 환경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적정인력을 산출한 것으로, 개통을 앞둔 신규 노선에 필요한 인력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가 국토교통부 의뢰로 연구한 뒤 지난 2020년 4월 작성한 ‘철도 안전관리 조직·인력 개선 방안 마련 연구’ 최종 보고서 첫장. 박상혁 의원실 제공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가 국토교통부 의뢰로 연구한 뒤 지난 2020년 4월 작성한 ‘철도 안전관리 조직·인력 개선 방안 마련 연구’ 최종 보고서 첫장. 박상혁 의원실 제공

그러나 정부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채, 코레일의 정원을 줄여나갔다. 코레일 정원은 2019년 3만2430명에서 2020년 3만2424명으로 6명 줄었고, 2021년에는 3만2339명으로 추가로 85명 감축됐다. 지난해에는 정원이 169명 늘어났는데, 이는 “수도권 전동열차 4호선 진접선 구간 등 신규노선이 개통된 데 따른 정원 증가였다”고 코레일 쪽은 밝혔다. 안전 관리를 위해 정원을 증원하라는 연구용역 결과는 거듭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결과 중 일부만을 수용해 지난해 정원에 반영하는 방안을 기재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공공기관 혁신’의 일환으로 코레일 정원을 722명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지난해 정원에서 722명을 줄이면, 코레일 정원은 3만1786명이 된다. 연구 용역 결과 도출된 적정 정원(신규노선 필요분 제외·3만2499명)보다 713명이 부족한 셈이 된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연구 용역을 하고도 공개하지 않고 있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용역이 진행된 2019∼2020년은 코레일 인력 문제를 둘러싸고 코레일 노사와 정부 간 논쟁이 격화됐던 시기다. 당시 정부뿐 아니라 코레일도 삼일회계법인에 적정인력 도출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는데, 삼일회계법인의 결론은 1865명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코레일은 2019년 7월 이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하며 정원 조정을 요청했고, 이와 별도로 노조는 같은해 11월에 정원 증원을 요구하며 닷새간 파업을 벌였다. (▶관련기사: “철도공사 1865명 늘려 4조2교대 해도 국제 평균보다 연 244시간 더 일한다”)

박상혁 의원은 “당시 정부는 코레일 노사 요구에 ‘근거를 대라’고 버티며 끝내 정원 증원을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비슷한 시기 정부가 발주해 진행된 연구용역에서마저 증원이 필요하다고 결론 나자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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