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와 경제·노동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미취업자의 의료비 지출이 취업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간 질환 환자의 입원율은 결혼이나 이혼을 한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7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노동연구원과 함께 진행한 ‘생애주기에 따른 의료이용 실태분석 및 형평성 비교’ 결과를 발표했다.
이태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주관한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한국노동패널 가명 정보를 보건·의료 데이터와 결합해 활용한 첫 사례다. 연구팀은 “노동 데이터 덕분에 기존 보건·의료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개인의 혼인 여부와 근로 형태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의료 이용 양상을 분석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생애주기에 따른 의료이용 실태분석 및 형평성 비교> 연구 결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한국노동연구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미취업자의 의료비 지출이 근로자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근로 형태별로 보면, 미취업자의 의료비 지출이 상근직, 임시·일용직, 자영업자보다 각각 1.8%·0.8%·0.7% 더 높았다. 교육 수준별로는 대학교 학사 이상 그룹의 의료비 지출이 고졸 이하 그룹보다 2.7% 낮았다. 간 질환 환자의 입원율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기혼자가 1.8배, 이혼·별거·사별 경험자가 2.5배 더 높다. 의료비 지출액은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3.3% 많았다.
가명 정보란 개인정보의 일부를 가려 데이터의 활용가치는 유지하면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정보를 뜻한다. 추가 정보를 넣거나 결합하지 않는 이상 개인을 식별해 낼 수 없는데, 이런 특성 때문에 활용과 결합에 신중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한국노동패널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한국노동연구원의 밀착 컨설팅을 통해 ‘가명정보 내부관리 계획’과 ‘가명정보 운영 가이드라인’ 등 내부규정을 새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결합된 가명정보는 2011~2020년 사이 △한국노동연구원 패널표본가구의 경제·노동활동, 소득·소비활동, 교육, 직업 추적 조사 자료 3만4천건 △건강보험가입자·의료급여수급권자가 청구한 의료이용 및 의료비 정보 5687만건 △건강검진 정보, 건강보험 자격 및 보험료 정보, 장기요양정보 3726만건 등이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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