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대한건설협회 등 민간 건설 관련 협회들과 공공기관 대표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부처 안에 사법경찰을 두는 방안을 검토한다. 건설 ‘현장’의 불법행위를 직접 단속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실제로는 건설 ‘노조’를 겨냥한 행보다.
국토부는 1일 원희룡 장관 주재로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대한건설협회 등 민간 건설 관련 협회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택 관련 공공기관들과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건설협회 쪽은 국토부에 “건설노조 불법행위 근절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토부 산하 지방국토청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조사를 강화해달라”고 건의했다. 협회 등 건설사들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관할 지방국토청의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조사해 행정처분을 하거나 형사고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협회 쪽의 요구도 있고, 그 이전에도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경찰과 고용노동부 사법경찰관 단속에만 의지하지 않고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단속할 권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정부 안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정부의 단속 분위기가 가면 언제까지 가겠냐”며 “잠시 불법행위가 잦아들었다고 완전히 근절된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남겼다.
국토부에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다룰 사법경찰관을 설치하려면 사법경찰직무법 등 법 개정이 필수적인데, 국회에서 법개정이 무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건설 현장 법치’를 내세우며 추진된 일련의 일들을 보면, 건설 현장의 다양한 불법행위를 두루 다루기보다는 건설 노조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노조 쪽에선 정부가 건설 현장의 오래된 불법 행태인 상습적인 임금 체불 등은 놔두고, 일방적인 ‘노조 때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국토부는 계약·입찰 과정에서 노조의 채용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민간입찰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설현장에서는 수많은 업체들이 필요 인력 또는 하도급 업체와 사실상 수의계약을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 쪽에서 특정 인력과 인원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게 경쟁입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부가 문제 삼는 ‘채용 요구’는 고용 불안정성이 극단적으로 높은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구책이자 노사 협상 영역이란 입장이다.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