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사업자가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부당하게 막거나 훼방 놓을 경우 제재 수위를 현재 징역 및 벌금에서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로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독과점 사업자의 경쟁자를 상대로 한 ‘갑질’ 여부 판단이 쉽지 않은 만큼, 과도한 형벌 규정으로 사업자가 위축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또 정부의 각종 자료 제출 및 보고 요구나 조사를 거부했을 때의 처벌 수위도 과태료 등으로 완화된다.
기획재정부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 형벌 규정 2차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기재부는 법무부 등과 경제 형벌 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존 경제 법률의 징역·벌금형 등 형벌 규정을 과징금 등 행정 제재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도한 처벌로 민간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티에프는 앞서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1차 개선 과제 32개를 보고한 바 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브리핑에서 “총 232개 규정을 검토해 108개 규정을 개선하기로 했다”며 “87개는 형벌 대신 행정 제재 등으로 전환하고 21개는 형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용 대상별로는 기업이 62개, 자영업자·서민이 23개, 최근 5년간 입건 사례가 없는 사문화된 규정 23개 등으로 이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경쟁 사업자 방해·배제 행위 처벌 수위를 기존 징역 3년 이하, 벌금 2억원 이하에서 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 등 시정 조치로 완화하기로 했다. 경쟁 업체의 시장 진입을 고의로 막거나 사업에 훼방을 놓아도 일단 시정 명령을 내리고 미이행 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는 집행 당국도 불법 여부를 자세한 시장 분석을 거쳐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만큼, 사업자들도 자신의 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외국도 과도한 처벌이 경제 활력을 해칠 수 있다고 염려해 형벌로 규제하는 나라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자료 제출 명령을 어기거나, 기재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관세청 등 정부 기관의 조사를 거부 또는 방해할 경우의 처벌 수단도 기존 징역 또는 벌금에서 이행강제금·과태료 등으로 완화한다.
다만 기존 티에프 검토 대상에 포함됐던 공정위 조사 방해 시 제재 완화는 이번 2차 개선 과제에 담기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처벌 완화 시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각종 형벌 완화를 위한 법 개정안을 오는 5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기재부는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현장 규제 완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배터리 교체 방식의 전기 오토바이에도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계식 주차장에 무게 2톤(t)이 넘는 무거운 전기차 주차를 허용한다. 이와 함께 충북 청주시 오창의 배터리(이차전지) 공장 안전 규제 완화 등 총 9건, 2조8천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도 지원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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