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중구 명동1가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사태를 가리켜 “현 시점에서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1가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고강도 금융 긴축이 지속되며 취약 부문의 금융 불안이 불거져 나온 사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아직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 불안 요인까지 겹치며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주말 실리콘밸리 은행 폐쇄를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재차 확대되자 각국 정부도 신속히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미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미국 은행산업 내 자산 규모 16위 실리콘밸리은행에 이어 29위인 시그니처은행까지 폐쇄되자, 지난 주말 예금자 보호 및 유동성 지원 조치를 긴급 발표했다. 영국과 캐나다, 이스라엘, 인도 정부 등도 유동성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미국 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추 부총리는 “관계 기관 합동 점검 체계를 24시간 가동해 국내·외 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금융 시스템 전반의 취약 요인을 점검·보완하는 한편 필요시 관계 기관 공조 아래 신속히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향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겠으나 현재까지는 국내 금융시장 영향이 제한적인 양상”이라며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등의 대응 조치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코스피(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이 다수인 코스닥도 소폭 반등했다”며 “국채시장은 안전 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글로벌 긴축 전망이 약화되며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실리콘밸리은행과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 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국내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 및 4대 공적연금, 한국투자공사(KIC), 우정사업본부 등 투자 기관들의 관련 은행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현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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