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계기 시민단체 간담회’를 하고 있다. 개인정보위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가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취지와 조항을 설명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산업계를 돌아가며 간담회를 열고 있는데,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는 사실상 외면당했다. 법 개정 방향에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거 불참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보호받아야 할 ‘정보 주체’ 보다 산업계의 목소리가 더 반영됐다”는 시민사회 쪽의 비판에도 법 개정을 밀어붙여 논란을 빚었다. 시민·사회단체 쪽은 이번 간담회에 대해서도, 개정 법 시행을 앞두고 ‘우군’ 구실을 해야 할 시민사회 쪽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아 법 집행 효과가 희석될 것으로 보이자, 할 만큼 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비판한다.
개인정보위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계기 시민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녹색소비자연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등 3개 소비자·당사자 단체가 참석했고, 정보인권 운동을 해온 시민·사회단체 중에선 진보네트워크센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만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는 경실련,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서울와이엠씨에이(YMCA) 시민중계실, 소비자시민모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이 공동으로 비판 논평을 냈다.
시만·사회단체들은 개인정보를 침해한 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원칙이 애초 논의됐던 것보다 후퇴한 점, 유럽연합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완전 자동화 의사결정’(동의를 기본으로 하는 방식)을 원칙적으로 허용한 점, 마이데이터 산업 육성 방안으로 보이는 ‘전송요구권’이 신설된 점 등에 대해 비판했다.
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는 “개인정보 보호에 앞장서야 할 개인정보위가 국제사회 규범이나 시민단체의 의견보다 산업계의 의견에 더 귀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수차례 의견을 제시해도 반영되지 않았고, 이제 법 시행을 앞뒀으니 이번 간담회는 뒤늦게 보여주기식 설명회를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활동가는 “개인정보위가 그래도 정부 부처 중에서는 기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니 날을 세우기보다 계속 의견을 제시하며 협의해나간다는 입장이었는데, 그동안의 행보로 봤을 때 개인정보위가 과연 시민사회와 진지하고 성실한 논의를 할 생각이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고 짚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시민사회는 이용자의 권리와 공익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이해당사자이니 합당한 참여를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진행한 고학수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앞으로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해 국민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개인정보 정책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오는 16일에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관련해 산업계와 간담회를 한다.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쿠팡, 우아한형제들, 구글 등 16개 기업이 참석할 예정이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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