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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자동차는 곧 일자리다…유럽도 자국 우선, 위기의 전기차

등록 2023-03-21 11:35수정 2023-03-21 11:42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경제의 속살 ㅣ 테슬라 주가 폭락의 이면
2022년 11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테슬라 차량이 비를 맞고 있다. REUTERS
2022년 11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테슬라 차량이 비를 맞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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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전기자동차는 패러다임 전환의 상징이었다. 전세계 모든 자동차는 순식간에 전기차로 전환될 것만 같았다. 전기차 산업을 선도한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나머지 모든 자동차회사의 기업가치를 합한 것보다 높았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전기차는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는 상품이 됐다. 그랬던 전기차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급감하고 각국의 통상 규제까지 겹치면서 2023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에 진입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테슬라 주가가 요즘 심상치 않다. 2022년 380달러에 이르던 테슬라 주가는 70% 넘게 하락해 100달러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트위터를 인수하며 온갖 구설에 휘말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문제가 부각됐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전기차 수요 부진이다. 테슬라는 2022년 말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상하이 공장이 생산량 감축을 시작해 약 20%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의 2022년 판매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테슬라는 131만 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40% 늘었지만 애초 목표인 50%에는 미치지 못했다. 실적 발표 뒤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11% 급락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에서 7500달러(약 95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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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혜택 축소…

전기차 판매의 발목을 잡은 건 금리다. 자동차는 고가의 내구재다. 소비자 대부분은 자동차를 살 때 할부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 금리가 오르면 매월 갚아야 할 할부 이자가 늘어나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상승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상황에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복잡해진 국제 통상 환경은 자동차회사에 고민을 더한다.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논란이 된다. 미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면서, 북미 지역 생산 전기차로만 대상을 한정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전기차는 대부분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에 신공장을 만들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완공 시점이 2025년이라 그때까지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는 조지아 신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3년간 정책 시행을 유예하거나, ‘북미’ 조립 개념을 자유무역협정(FTA) 국가로 해석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책 시행을 늦추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 지역 의원들과 미국 완성차 공장이 있는 미시간 지역 의원들의 입장이 다르다. 아슬아슬하게 여야가 균형을 잡는 미국 의회 구도상 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미 지역을 폭넓게 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임의로 ‘북미’ 개념을 확대할 경우 다른 통상 규정의 원산지 기준과 충돌한다. 미국 재무부는 “최종 조립 장소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북미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2021년 11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GV70. AP 연합뉴스
2021년 11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GV70. AP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는 다른 국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상업용 전기차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기로 했다. 상업용 전기차는 생산 지역과 상관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상업용 전기차는 트럭·버스 등이 해당하지만 미국은 리스 판매 승용차도 포함해주기로 했다. 현대차·기아는 급한 대로 5%에 불과한 전기차 리스 판매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려 대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앨라배마 공장의 일부 라인을 전기차 생산 라인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될 전기차는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가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GV70 전동화 모델”이라며 “신공장 완공 전까지는 리스 판매,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버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의 배터리 원산지 규정도 준수하기 어려운 과제다. 법에 따르면 2023년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 광물의 40%, 주요 부품의 50% 이상을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비율은 매년 높아진다. 한국산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코발트의 80% 이상, 천연흑연의 90%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단기간에 공급망을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재무부는 2023년 3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인데, 다른 국가들의 반발이 거세자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경우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선공개했다. 이조차 달성하기 힘든 기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은 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광물과 소재를 조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포스코케미칼 등 소재 업체들은 미국에 합작회사를 만들어 공장을 짓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제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당장 2023년에 배터리 소재·부품이 생산될 리 없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 외 국가로 공급처를 다변화하지만 대부분 공급계약이 2025년 이후라 당장의 해법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던 유럽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유럽은 2035년부터 신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을 퇴출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전기차 전환을 서둘렀다. 그런데 독일은 2023년부터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4만유로(약 5300만원) 이하 전기차에 지급하던 6천유로의 보조금을 2023년부터 4500유로로 낮추고 향후 2년간 전기차 보조금으로 할당된 34억유로의 예산이 소진되면 보조금 정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미 2022년 6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고, ‘전기차 천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는 통행료 할인, 부가가치세 면제 등 혜택을 축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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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면 팔리던 시대 끝나

어느 정도 성숙한 시장에서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전기차 패권 경쟁 속에 유럽의 보조금 축소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유럽 전기차의 시장점유율 1위는 테슬라로 13%를 차지한다. 2위는 현대차그룹으로 11%를 차지한다. 전기차 보조금을 줘봐야 다른 나라 기업이 수혜를 입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럽에서 생산한 전기차나 새로운 친환경 기준을 엄격하게 지킨 차량에 보조금을 줘야 한다”며 “우리의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려면 미국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10대 배터리 회사는 중국 6개, 한국 3개, 일본 1개다. 노스볼트, 브리티시볼트 등 유럽 배터리 회사를 육성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실제 판매되는 전기차에 탑재된 유럽산 배터리는 없다. 유럽연합은 2023년 1분기에 핵심원자재법(CRMA)을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희토류, 리튬 등 전략적 핵심 원자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유럽연합 배터리 규정에는 2026년부터 생산에서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의 전 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를 시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밖에 탄소국경조정제도, 공급망 실사 지침 등 배터리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제도가 줄줄이 논의된다. 배터리 규제는 즉각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영향을 준다. 유럽연합이 다른 국가 자동차기업에 득이 될 정책을 펼 가능성은 없다.

차만 잘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 국가 경제, 특히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는 자동차산업 패권을 선뜻 양보할 국가는 없다. 각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자국 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줄어 잘 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 속에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자동차회사들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soon@3pro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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