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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속살 ㅣ 테슬라 주가 폭락의 이면
경제의 속살 ㅣ 테슬라 주가 폭락의 이면
2022년 11월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테슬라 차량이 비를 맞고 있다. REUTERS
금리인상, 혜택 축소… 전기차 판매의 발목을 잡은 건 금리다. 자동차는 고가의 내구재다. 소비자 대부분은 자동차를 살 때 할부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 금리가 오르면 매월 갚아야 할 할부 이자가 늘어나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물가상승으로 지갑이 가벼워진 상황에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복잡해진 국제 통상 환경은 자동차회사에 고민을 더한다.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논란이 된다. 미국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면서, 북미 지역 생산 전기차로만 대상을 한정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전기차는 대부분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에 신공장을 만들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완공 시점이 2025년이라 그때까지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는 조지아 신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3년간 정책 시행을 유예하거나, ‘북미’ 조립 개념을 자유무역협정(FTA) 국가로 해석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책 시행을 늦추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대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 지역 의원들과 미국 완성차 공장이 있는 미시간 지역 의원들의 입장이 다르다. 아슬아슬하게 여야가 균형을 잡는 미국 의회 구도상 법 개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미 지역을 폭넓게 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임의로 ‘북미’ 개념을 확대할 경우 다른 통상 규정의 원산지 기준과 충돌한다. 미국 재무부는 “최종 조립 장소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북미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2021년 11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GV70. AP 연합뉴스
잘 만들면 팔리던 시대 끝나 어느 정도 성숙한 시장에서 보조금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전기차 패권 경쟁 속에 유럽의 보조금 축소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유럽 전기차의 시장점유율 1위는 테슬라로 13%를 차지한다. 2위는 현대차그룹으로 11%를 차지한다. 전기차 보조금을 줘봐야 다른 나라 기업이 수혜를 입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럽에서 생산한 전기차나 새로운 친환경 기준을 엄격하게 지킨 차량에 보조금을 줘야 한다”며 “우리의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려면 미국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배터리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10대 배터리 회사는 중국 6개, 한국 3개, 일본 1개다. 노스볼트, 브리티시볼트 등 유럽 배터리 회사를 육성하려는 시도는 있지만 실제 판매되는 전기차에 탑재된 유럽산 배터리는 없다. 유럽연합은 2023년 1분기에 핵심원자재법(CRMA)을 입법 예고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에는 희토류, 리튬 등 전략적 핵심 원자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또 유럽연합 배터리 규정에는 2026년부터 생산에서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의 전 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를 시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밖에 탄소국경조정제도, 공급망 실사 지침 등 배터리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제도가 줄줄이 논의된다. 배터리 규제는 즉각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영향을 준다. 유럽연합이 다른 국가 자동차기업에 득이 될 정책을 펼 가능성은 없다. 차만 잘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 국가 경제, 특히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는 자동차산업 패권을 선뜻 양보할 국가는 없다. 각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자국 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줄어 잘 팔기도 쉽지 않은 상황 속에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자동차회사들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권순우 <삼프로TV> 취재팀장 soon@3pro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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