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8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보조금 세부 내용에는 ‘보조금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25%) 지원을 받은 기업에서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하면 해당 이익의 일정 비율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정부가 대폭 높여준만큼 수혜 대기업에서 초과 수익이 발생하면 일정 비율을 사회와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미국의 이익 환수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굉장히 많다”며 이익 환수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반도체 등 국가첨단 전략기술산업의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8%→15%(대기업)로 대폭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6일 공개된 이날 기재위 회의록을 보면, 신동근 위원(더불어민주당)은 회의에서 추 부총리에게 “미국에서는 반도체지원법 같은 경우에 수익을 환수하도록 돼 있다. 우리도 일방적인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가 호황기에 들어가고 수익성이 상당히 날 때는 국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근거와 대책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답변에서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사후적으로 이익에 대해 세금 내는 것이 일반 상례다. 특정 기업의 수익 처리에 관해 뭐라고 하는 것은 당국자로서 적절치 않다”며 “일정 이익에 관해 환수한다는 미국의 그 부분에 관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목소리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나서 재차 “이런 세제혜택을 주고 지원했으면 앞으로 돈을 많이 벌었을 때는 초과 이득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한다든지 그런 지원책도 정부가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세제 혜택으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이 사회에 환원하고 취약계층을 위해서도 좀 내놓게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기업이 그 이익을 사회와 국가에 공헌하도록 하는 장치들이 (이미) 많이 돼 있다”며 초과이익 환수에 사실상 반대한 뒤, “(다만) 여기에 더해 추가로 논의할 부분이 있으면 국회·정부,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를 진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총 527억달러(현금 보조금 390억달러 포함) 및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25%)를 담고 있는데, 미국 정부로부터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의 일정 비율을 미국 정부와 공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을 제공한 것이니 납세자 보호를 위해 보조금을 어느 정도는 환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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