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직장인의 평균 대출액이 5천만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기간의 저금리와 부동산·금융 자산 투자 증가 등의 영향이다. 반면 대출 연체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강화로 고신용자에게 대출이 쏠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임금 근로자 부채’를 보면, 2021년 말 기준 임금 근로자 1명당 평균 대출액은 5202만원으로 1년 전에 견줘 7%(340만원) 늘었다. 직장인 평균 대출액이 5천만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다만 대출 증가율은 금융 당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적용 등 규제 강화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10.3%)보다 둔화했다.
대출 유형별로 전세대출·보금자리론·주식담보대출 등 주택 외 담보 대출이 11.4% 늘며 전체 대출액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주택 담보 대출과 신용 대출 증가율은 각각 5.6%, 4.9%에 그쳤다. 기관별로는 저축은행·상호금융기관 등 비은행권 대출이 10.1% 증가해 은행 대출 증가율(5.4%)의 2배에 이르렀다.
나이별로 보면 29살 이하 청년층 대출액이 15.4% 불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30대(10.7%), 40대(7.2%) 50대(4.3%) 등의 순으로 나이가 들수록 대출 증가폭도 적었다. 주택 구매 등을 위해 빚낸 청년층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29살 이하의 대출 증가율은 2020년(29.4%)에 견줘서는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산업별로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숙박·음식점업 종사자 대출이 10.7% 늘어 전체 업종 중 대출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대출 연체율 하락이다. 2021년 말 기준 직장인 대출 연체율(잔액 기준)은 0.41%로 2020년 말에 견줘 0.09%포인트 하락했다. 대출액이 100만원이면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연체액이 4100원이라는 의미다. 이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장인 연체율은 앞서 2017년 0.56%에서 2018년 0.61%로 올랐다가 2019년 0.6%, 2020년 0.5%를 기록한 바 있다.
차진숙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강화로 신용이 낮고 상환 능력 없는 사람은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고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와 정부의 취약계층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처 등도 연체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출 증가액은 연소득 5천만∼7천만원인 직장인이 272만원으로 가장 컸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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