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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기·가스 지금도 30% 밑지고 파는데…정부 돈으로 메꿔줄 판

등록 2023-04-03 07:00수정 2023-04-03 07:35

2분기 공공요금 인상 보류에 적자 심화
원가보다 싸게 전기·가스공급…팔수록 손실
공기업 부실은 결국 정부 재정 부담 키워
연합뉴스
연합뉴스

살림살이에 빨간불이 켜진 건 정부 재정뿐만 아니다.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도 정부·여당의 공공요금 인상 보류로 경영 위기를 맞게 생겼다고 하소연한다. 공기업의 재무 부실은 결국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전과 가스공사 주가는 지난달 31일 각각 4.66%, 1.63%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국민의힘과 정부가 올해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한 탓이다. 전기·가스요금은 법령상 에너지 공기업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원가 변동분을 반영한 인상안을 제출하면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승인한다. 그러나 여론 수렴을 이유로 실질적으로는 여당이 요금 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공공요금 인상 여부를) 지금 단계에서 바로 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추세에 있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수입하는 연료 가격이 내리는 만큼 요금 인상 압력도 줄었다는 얘기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시각은 차이가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이 공기업의 구매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까지 최장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고, 지금도 공사들이 시중에 전기·가스를 밑지고 공급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유 부리며 요금 인상을 미룰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이날 정부가 공개한 한전과 가스공사의 원가 회수율(판매액을 원가로 나눈 값)은 각각 70%, 62% 정도에 머문다.

에너지 공기업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경우 장기 계약 체결을 통해 들여오는 천연가스 물량이 전체의 80% 정도로, 통상 이 가스 가격은 과거 몇 달 치 평균 유가를 반영해 적용한다”며 “게다가 지금까지 쌓인 누적 적자도 워낙 많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재무 구조에 빨간불은 일찌감치 들어왔다. 한 예로 적자 누적으로 부채비율(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백분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다. 한전은 3년 새 187%에서 459%로, 가스공사도 같은 기간 364%에서 500%로 뛰었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돌면 과다 부채 기업으로 분류한다.

공기업 부실은 정부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자체 능력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정부가 예산으로 자본을 확충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가 공공부문의 건전성을 가늠할 때, 공기업 부채 수준도 함께 고려해서 판단하는 까닭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2분기를 공공요금 인상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기고 있다. 통상 전기 등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는 여름과 겨울철에는 요금 인상에 나서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 하향 안정세가 앞으로 이어지거나 추가 하락할 때는 공공요금 인상을 바라는 공기업들의 목소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만 해도 배럴당 80달러를 웃돌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지난달 중순께 70달러(3월20일)까지 가파르게 하락한 뒤 다시 상승해 70달러 후반대에 형성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2일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주재로 ‘에너지공기업 긴급 경영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에너지 공기업 재무 상황과 요금 인상 보류로 발생 가능한 상황들을 종합 점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고된 시각 49분 전에 이 점검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산업부 쪽은 “종합 점검 등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불가피하게 연기했다”고만 밝혔다. 3일 예정된 이창양 장관 주관 ‘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 긴급간담회’도 취소됐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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