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리하는 양곡 보관 창고. <한겨레> 자료사진
쌀값 지지를 위해 초과생산량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정부·여당이 별도의 대응 방안을 내놓는다. 탄소중립 보조금을 신설하는 등 농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적기에 정부가 쌀 수급 조절에 나서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민의힘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오는 6일 예정된 민·당·정 협의회에 제시될 양곡관리법 파동 관련 대책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공익 직불금의 단계적 확대를 담은 ‘직불금 로드맵’이다. 공익 직불금은 농가에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소농직불금·면적직불금 등 기본형 공익 직불금과 전략작물직불금·친환경농업직불금 등 선택형 공익 직불금으로 나뉜다. 올해 정부 예산에 반영된 전체 직불금 예산은 2조8천억원으로, 지난해(2조4천억원)에 견줘 4천억원 남짓 늘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공익 직불금 예산 5조원 확충’을 공약한 바 있다. 임기 중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적 예산 확대 계획을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확대되는 직불금 중엔 ‘전략 작물 직불제’가 눈에 띈다. 전략 작물 직불제는 논에 밥 짓는 쌀(밥쌀) 대신 수입 농산물을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밀·콩 등을 재배하면, 1헥타르(㏊)당 50만~43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밥쌀 농가를 가루쌀 농가로 바꾸는 이행 보조금적 성격이 강하다. 올해 처음 도입됐으며 책정된 예산은 1121억원이다. 이 규모를 좀더 공격적으로 늘려 간다는 게 정부·여당의 구상이지만, 내년 예산에 얼마나 반영할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직불제 관련 예산은 공약(5조원)대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탄소·환경·경영 직불금 등 신규 직불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두번째 방안은 정부가 쥐고 있는 쌀 매입 권한을 좀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현 양곡관리법은 초과생산량과 가격 하락폭이 일정 기준을 넘길 때, 정부가 쌀을 사들일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매입 여부나 규모 등은 정부에 위임돼 있는데, 이 권한을 제때 행사한다는 취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 불안 시엔 법이 부여한 권한을 활용해 적기에 초과생산량을 시장 격리(쌀 매입)해 나갈 것”이라고만 말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 계획도 내놓는다. 이는 농업 발전과 농촌 개발 등을 위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마련하는 법정 계획이다. 정부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 목표, 이를 위한 정부 대책, 재원 조달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언급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은 이번 대책에 담기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정부·여당이 대응해 당정협의회를 여는 건 지난해 10월에 이어 두번째다. 당시 당정은 민주당이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기 전날인 10월18일에 당정협의회를 열고 “정부는 가루쌀, 밀, 콩과 같은 전략 작물의 생산 확대를 통해 쌀 수급 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를 추진해 나갈 것(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종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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