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 분기 만에 국내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나 갈 길은 험난하다. 극심한 부진에 빠진 수출 부문이 여전히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성장의 마중물 구실을 해야 하는 재정의 뒷받침도 위태롭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에는 이러한 국내 경제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선 가계의 몫인 민간소비와 기업의 몫인 수출·투자 간 명암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 -0.4%(직전분기 대비)였던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이 1분기에 0.3%로 반등한 데에는 민간소비 회복이 결정적이었다. 1분기 지디피 증가분 1조4천억원(2015년 불변가격 기준) 중 민간소비 증가분이 1조2600억원에 이르면서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한은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공연·관람, 오락문화, 여행, 음식점·숙박업 등에서 억눌렸던 대면 활동이 살아나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기업(민간 부문)의 투자(총고정자본형성)는 성장을 이끌지 못했다. 기업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0%포인트로, 지난해 4분기(기여도, -0.1%포인트)보다는 기여도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으나 지난해 3분기(0.8%포인트)에 견줘선 크게 낮다. 수입 증가량에 못 미치는 수출 증가량 탓에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기업 부문의 부진을 정부 부문이 메꾸기는커녕 외려 끌어내린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정부 부문(소비 및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다. 성장률을 그만큼 정부가 갉아먹었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을 기록할 때 정부 소비와 정부 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높은 수준(각각 0.5%포인트, 0.4%포인트)을 보여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앞으로 성장 흐름의 주요 관건은 수출과 투자가 얼마나 어떤 속도로 회복될지다. 수출과 투자 반등 없이는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이 1.6%(한은 전망치)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역전세난에서 드러나듯이 고금리 환경 속에서 불거질 수 있는 여러 위험들이 소비·투자 심리 위축을 부추길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올해 들어 확인되고 있는 세수 부족은 새로운 근심거리로 떠오른 상태다.
정부는 올해 총지출(본예산 기준)을 지난해(추가경정예산 기준)보다 약 41조원 적은 638조7천억원으로 편성하고, 이 중 주요 사업비 65%를 상반기에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2월까지 세금이 지난해보다 15조7천억원 덜 걷히는 세수 부족 문제가 불거지며 이대로라면 하반기엔 계획했던 지출마저 불가피하게 줄여야 될 수 있다. 지난해엔 넘치는 세수 덕택에 정부가 성장의 마중물 구실을 했다면 올해는 정반대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현 정부가 건전 재정으로 기조를 바꾸며 재정의 성장 기여도가 낮아지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세수 부족과 이로 인한 정부 지출 축소 등이) 향후 성장률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앞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이라고만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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