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의 업황 부진 때문에 상품교역조건이 24개월째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1% 떨어진 83.01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3월에는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수출가격(-11.3%)이 수입가격(-6.6%)보다 더 크게 떨어져 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로써 순상품교역조건은 24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는 28개월 연속 내렸던 지난 2017년 12월~2020년 3월 이후 최장기 하락 기록이다.
3월 수출은 물량과 금액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떨어진 130.36을 기록하며, 2월 반등에서 한달 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달러화 기준 수출금액지수는 13.5%나 떨어진 133.28로 집계됐다.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34.6%), 화학제품(-14.1%) 등이 가중평균으로 산출하는 전체 수출금액 감소폭을 키웠다. 수출금액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째 하락세이다.
3월에는 수입금액지수도 167.04로 전년 동월 대비 6.6% 떨어지며 한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석유류가 포함된 광산품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9.7% 떨어진 영향이 컸다. 수입물량지수는 135.63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거의 변동이 없었다. 한편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 하락한 108.21로 집계됐다. 14개월 연속 하락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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