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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역대 최저 청년실업률의 비밀…오토바이 팔고 식당 알바로

등록 2023-05-03 06:00수정 2023-05-03 10:37

올해 1분기 청년실업률 6.7% ‘역대 최저’
숙박·음식점 청년취업자 9만명↑
상용직 줄고 불안정 일자리 늘어
‘쉬는 청년’도 역대 최대
지난달 20일 직장인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지난달 20일 직장인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올해 1분기(1∼3월)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대 정권마다 숙제로 여겼던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아픈 손가락’ 청년 일자리 문제가 온전히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청년들이 주로 내수 경기와 직결된 음식점·숙박업에 몰리며 고용 안정성은 외려 낮아지고 있어서다.

2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만 15∼29살 청년 실업률은 6.7%(청년 경제활동인구 417만명 중 실업자 27만9천명)다. 이는 통계청이 실업자 분류 기준을 구직기간 1주에서 4주로 바꾼 1999년 6월 이래 역대 1분기 중 가장 낮다.

청년 실업률은 2000년 10.1%(이하 1분기 기준)를 시작으로 매년 7∼9% 사이를 오가다 2016년 11.3% 고점을 찍었다. 일자리 찾기에 나선 청년 10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자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인 2021년 9.9%에서 지난해 6.7%로 대폭 낮아진 뒤 올해도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해 전체 만 15살 이상 인구의 실업률이 2021년에 견줘 1.8%포인트(5.0→3.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청년 실업률의 개선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셈이다.

일을 더하길 바라는 단시간(주 36시간 미만) 근로자와 개인 사정상 취업이 불가능했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못한 잠재 취업 가능자 및 잠재 구직자 등을 실업자에 포함한 ‘확장 실업률’도 개선세가 뚜렷하다. 올해 1분기 청년층 확장 실업률은 17.6%로 2016년 대비 5.5%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지표의 개선 추세와 속사정은 결이 많이 다르다. 통계청이 지난해 5월 기준 6개 업종으로 구분해 공표하고 있는 청년 취업자의 산업별 취업 분포를 <한겨레>가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올해 3월 기준 20개 업종의 최신 자료로 확장·분석해 봤더니, 최근의 청년 취업자 수 증가세를 홀로 이끄는 건 ‘숙박 및 음식점업’이었다. 이 업종의 올해 3월 기준 청년 취업자 수는 64만3천명으로 지난해 3월에 견줘 9만명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무인 점포 확대 등으로 일자리 직격탄을 맞은 도매 및 소매업(-7만6천명), 양질의 일자리가 모인 제조업(-5만명) 등의 청년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코로나 당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며 ‘청년 라이더’들이 몰린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도 1년 전보다 4만1천명이나 쪼그라들었다. 코로나 기간 디지털·비대면 확산에 힘입어 청년 일자리 증가를 견인한 운수업·정보통신업 등의 호황이 꺼진 자리를 음식점·숙박업 등이 떠받치는 모양새다.

문제는 청년층 일자리의 양이 현상 유지를 하고 있지만, 일자리 질은 외려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통계청 마이크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올해 3월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층 상용 근로자(249만3천명)는 전년 대비 4만5천명 감소했다. 반면 계약 기간 1개월 이상∼1년 미만인 청년 임시직(106만8천명)과 계약 기간 1개월 미만인 청년 일용직(13만8천명)은 각각 1만3천명, 1만명 남짓 늘어났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숙박·음식점업은 전통적으로 근속 기간이 짧고 이직과 전직이 매우 활발해 고용 안정성이 높은 업종이 아니다”라며 “경기가 악화하면 청년층 실업 문제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전체 취업자에서 청년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월 26.5%에서 올해 3월 28.4%로 확대됐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등으로 향후 내수 소비가 나빠지면 청년층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청년들 사이 오픈 카톡방인 ‘거지방’에 모여 서로의 지출 내역을 질타하고 무한 절약을 강조하는 게 유행을 타는 것도 이 같은 불안정 일자리 확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험을 보는 응시자들. &lt;한겨레&gt; 자료 사진
시험을 보는 응시자들. <한겨레> 자료 사진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쉬는 청년’이 급증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뼈아픈 대목이다. 올해 1분기 자신의 활동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 수는 1년 전보다 5.1% 늘어난 45만5천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쉬는 인구’엔 정년퇴직을 했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고령층과 노약자가 많이 포함된다. 이들과는 사정이 다른데도 ‘쉬는 청년들’이 급증하는 건 결코 좋지 않은 신호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많이 신경 썼던 니트 청년(교육도, 취직도, 직업 훈련도 하지 않는 청년), 구직 단념 청년, 은둔 청년 등의 자립 지원 정책이 현 정부 들어 미흡해진 것 같다”면서 “청년 고용 정책에 소극적이더라도 최소한 약자에 집중한 정책이라도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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